금융투자업계 종사자, 3년동안 8000여명 줄어
시장 파이 키워 위기극복을
골드만삭스가 떠난 이유는 규제 때문
국내 운용사는 오죽하겠나
▷당장 중점 추진할 사항은.
“보험만 해도 10년 이상 가입하면 이자소득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엔 이런 혜택이 거의 없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투자상품에 장기간 넣을 때 세금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으면 국가 재정 차원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소득공제 장기펀드에 대한 가입 제한 완화와 함께 장기펀드의 면세 혜택을 이끌어 내도록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설득하겠다.”
▷거래세 인하 요구도 있는데.
“작년만 해도 증권사들이 주식 매매에 따른 위탁 수수료로 벌어들인 돈보다 거래세로 지출한 돈이 많았다. 거래세 0.3%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거래세 폐지를 중·장기적인 목표로 삼겠지만 조금이라도 낮추도록 노력하겠다. 더 급한 것은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거래세 면제다. 2013년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과세가 시작된 뒤 파생상품 시장이 고사되다시피 했다. 물꼬를 다시 터야 한다.”
▷자본시장이 최악의 위기라는데.
“2011년 말 4만5000여명이던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이 작년 말 3만7000여명까지 줄었다. 3년 동안 15%가 넘는 동료들이 자본시장을 떠났다. 한탄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요즘 시중금리는 연 2% 밑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은행에 잘 안 간다. 연간 수익률이 5%만 나도 집을 팔아서라도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금융투자업계는 중위험·중수익형 투자상품에 대한 공급을 늘려야 한다. 증권사 등 판매사들도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생각은.
“3일 저녁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범금융 대토론회에 6시간 넘게 함께했다. 금융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금융업권의 다양한 열망도 들었다. 금투협회 차원에서도 회원사 대표들의 의견을 포괄적으로 듣는 대토론회를 열어 당국에 전달하고 설득 작업을 할 생각이다. 그동안 협회가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충실했다면, 앞으로는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 금융이 갖고 있는 강점은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이다. 제조업이 아날로그 시절엔 뒤처졌다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세계 선두로 진입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핀테크발 금융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은행에 앞서 핀테크 분야를 선도할 역량이 있다. 키움증권처럼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내 1등 자리를 확보한 기업이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금융 장벽을 좀 더 없애야 한다.”
▷하지만 해외 성공 사례는 없다.
“얼마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한국을 떠났다. 운용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만큼 국내 규제를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운용사는 모기업 상황이 어떻든지간에 다양한 규제의 틀에 묶여 있다. 본사와 투자에 대한 정보 교류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당국에 보고서도 많이 제출해야 한다. 국내 운용사들은 오죽하겠는가. 다만 미래에셋이나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에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몸집이 가볍다 보니 좋은 인력과 성과 입증만 하면 해외에서도 안착할 수 있다.”
▷해외 진출 지원 방안은.
“운용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해외펀드 과세다. 해외 펀드에서 수익이 나면 소득세를 내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에도 합산된다. 반면 해외 주식을 직접 샀다가 팔면 분리과세된다. 종합과세에서 빠지니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있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해외 펀드 대신 해외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이유다. 해외펀드에 대해선 최소한 분리과세 혜택이라도 줘야 한다. 그래야 해외 주식과 형평성 측면에서 맞다.”
▷자본시장 확대 방안은.
“무역거래와 자본거래는 이미 자유화됐다.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도 자유롭게 사고판다. 실물과 자본거래는 자유화돼 있는데 이것을 중개하는 지급결제 수단이 꽁꽁 묶여 있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 원화의 국제화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본다. 원화거래가 자유화되면 증권사들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