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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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시내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더존비즈온 본사는 산속 연구소 같은 분위기였다. 2차선 도로를 따라 산등성이에 올라서자 현대식 건물 몇 채가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 공간과 식당 건물, 직원들이 며칠 밤을 묵을 수 있는 숙소 등이다.

박경택 더존비즈온 홍보팀장은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 등의 배경이 되기도 한 쾌적하고 현대적인 시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더존비즈온은 강원도 대표 기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소재 기업 중 단 세 곳만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강원랜드와 국순당, 그리고 더존비즈온이다.

더존비즈온은 전사적 자원관리(ERP), 세무회계 프로그램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SW)를 만드는 회사다. 2011년 서울에서 춘천으로 본사를 옮겼다. 김용우 더존비즈온 대표의 고향이 춘천이다. 600여명의 더존비즈온 직원을 포함해 계열사 직원까지 총 900여명이 여기에서 일한다. 산속에 있지만 서울 동부에서 출발하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통해 1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존비즈온 매출은 1200억원대다. 순수 SW 기업이 매출 1000억원을 넘는 일은 드물다. 경쟁사인 SAP나 오라클에 뒤지지 않는 성능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국내 중소·중견 기업을 공략한 게 적중했다. 비용에 부담을 느껴 ERP 도입을 꺼리던 작은 기업들도 더존비즈온 ERP를 사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엔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에서도 PC와 똑같이 문서를 읽고 작성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더존비즈온은 춘천 본사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세웠다. 아예 춘천으로 본사를 옮기게 된 또 다른 이유다. 춘천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11.1도로 낮아 컴퓨터 서버의 열을 내리는 냉방비를 아낄 수 있다. 국내 ERP 보급이 포화에 이른 만큼 클라우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매출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 대상 ERP 시장 1위

더존비즈온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며 국내 중소기업 대상 ERP 시장에서 점유율 24%로 1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주력 제품인 50명 미만 기업용 ERP 제품은 전국 55만여개 중소기업 중 13만여개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50명 이상 ERP 제품에선 4만3000여 기업 중 1만2000여 기업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ERP란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다. 효율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수적이다. 재무회계는 물론 재고관리부터 인사관리, 전자세금계산서 발행까지 손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SAP나 오라클 등 해외 업체에서도 ERP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주로 대기업 대상이다. 더존비즈온은 값싸면서 한국 기업에 맞는 ERP를 개발해 중소기업용 ERP 보급에 앞장섰다. 50명 미만 기업에 쓰이는 ERP 제품군은 2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주요 고객으로 본죽(프랜차이즈) 한경희생활과학(가전) 니콘이미징코리아(카메라 제조) 양지사(출판) YTN(방송) 등이 있다. 최근에는 현대건설 기업은행 같은 대기업도 고객으로 확보했다. 이들 대기업은 ERP는 해외 제품을 쓰지만 국제회계기준(IFRS) 솔루션은 더존비즈온 제품을 구매해 쓰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이 새 성장동력

매출은 계속 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매출 성장세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RP를 도입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다 도입한 상황이 되면서 추가 성장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더존비즈온은 돌파구를 클라우드에서 찾고 있다. 작년 상반기 매출 비중은 ERP가 70%, 클라우드 11%, 전자금융 9%, 보안 및 그룹웨어가 8%, 기타 2%다. 기존 패키지 ERP 고객을 클라우드 제품으로 전환해 매출 증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드 사업은 연간 사용료를 받는 식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이기 때문에 기존 패키지 제품보다 단가가 높고, 매년 꾸준히 현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처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도 클라우드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더존비즈온의 데이터 센터를 빌려쓰는 방식으로 클라우드를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다. YTN 등에는 해당 기업 전산실에 직접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보안 기술에도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옆 상황실에 24시간 직원이 상주하면서 해커 공격이나 외부인의 침입이 없는지 감시한다.

지난해 말 오만 정부로부터 112억원에 달하는 디지털포렌식센터 구축 사업을 수주한 것도 이런 보안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이는 더존비즈온이 수주한 해외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