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선진국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정규직 보호가 더욱 강화되는 등 노동시장이 오히려 경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의 미래와 노동 유연성’이라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내용이다. 세계은행과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해온 각국의 노동시장 관련 지표를 기반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경직도를 비교한 것이다.

국가별 평균 근로시간과 임금수준, 채용형태, 해고절차, 해고비용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 OECD 회원국의 노동시장 경직성 지수는 2006년 평균 29.5에서 2013년 28.3으로 떨어졌다. 비(非)OECD 회원국들도 평균 35.0에서 31.5로 내려갔다. 반면 한국은 28.3에서 35.8로 큰 폭 올라갔다. 유독 한국만 거꾸로 간 것이다.

그 결과 나라별 노동시장 유연성의 종합평가에서 한국은 2008년 107개국 중 38위였던 게 2013년엔 70위로 추락했다. 60세 정년연장,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근로시간 단축 같은 정책들에다 도를 넘는 고용·임금·복지 부문 대기업 노조들의 온갖 요구를 돌아보면 경쟁력 퇴행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노조의 초강경 투쟁에다 국회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뒤엉키면서 정규직만의 고용 천국을 조성해온 것이다.

이런 고용제도는 지속하기 어렵다. 청년백수를 양산하고 필시 산업공동화를 유발한다. 당장 정규직·비정규직의 기형적인 양극화부터 해소해 나가는 게 노동개혁의 핵심과제다. 정부가 노동문제를 올해 4대 개혁과제에 포함시키고 정규직 해고요건을 완화키로 한 것도 때늦기는 해도 문제의 심각성은 제대로 인식한 것이다. 계약직의 고용기간 확대, 파견업종 대폭 허용 등 산업계 요구 현안부터 적극 수용해야 마땅하다. 노사관계는 사적 계약에 맡기면 그만이다. 그런 기준으로 노동시장 규제체계 전부를 확 바꿔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해고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고용의 확대가 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