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해설가로 나서는 조연환 전 산림청장 "늘푸른 나무처럼…숲과 함께 살고 싶었죠"
14일 오전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 차가운 바닷가 바람이 연신 불어도 62만㎡ 수목원은 푸른 난대성 상록 활엽수로 뒤덮여 따스함마저 전해졌다. 천리포수목원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의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전 원장이 1962년 조성을 시작해 현재 1만4000종의 식물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를 끝으로 3년간 천리포수목원장 임기를 마친 조연환 전 산림청장(67·사진)을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났다.

최근 숲해설사로 변신한 그는 이달 말까지 천리포수목원에 머무르며 마무리를 한 뒤 오는 3월부터 숲해설사로 본격 나선다고 했다. 그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숲해설사를 통해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4일 부인 정점순 씨(69)와 함께 나무를 닮고 싶어 부부 숲 해설사가 됐다.

충북 보은에서 태어난 조 전 청장은 1967년 19세에 9급 공무원으로 산림청에 들어왔다. 1980년 기술고시(16회)에 합격한 뒤 국유림관리국장 등을 거쳐 제25대 산림청장을 지냈다.

조 전 청장은 40년 가까이 산림정책을 이끌었지만 정작 숲과 나무에 대해 잘 모른다고 고백했다. 그는 “평생을 가정주부로 지낸 아내가 나무, 꽃 종류를 전문가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아내의 권유로 함께 숲해설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3월부턴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조연환·정점순이 함께하는 숲과의 데이트’라는 프로그램을 천리포수목원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했다.

그는 숲 해설사와 함께 산림경영자를 지도하는 일에도 매달리기로 했다. 조 전 청장은 현재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을 지내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는 귀농에서 산촌개발에 관한 전문가를 길러내는 민간 주도의 산림CEO과정을 운영 중이다. 그는 “국민들이 산을 통해 소득을 얻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에도 힘쓸 생각”이라며 “이번 봄부턴 산림교육과 숲해설사로 바쁘게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자신을 굴참나무에 비유했다. 그는 “굴참나무는 겉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는 나무”라며 겸손해했다. 이어 “나무는 늘푸른 나무가 있고 때때로 바뀌는 나무가 있다”며 “그동안 때때로 바뀌는 나무로 살았지만 이제 늘푸른 나무로 살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태안=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