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한 행정관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유출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청와대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14일 김 대표 수첩에 적힌 '청와대 문건파동 배후는 K, Y'라는 메모 속 주인공을 '김무성, 유승민'이라고 청와대 홍보수석실 음종환 행정관이 지목했다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출신 이준석씨의 주장과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먼저 경위를 파악한 후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이 씨는 지난달 18일 음 행정관이 술자리에서 문건배후 관련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음 행정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발, 사안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논란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항명성 사퇴파동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터지면서 또다시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 논란이 불거지는게 아닌가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비록 실체없는 모임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세간의 의혹을 받았던 `십상시' 멤버로 거론됐던 음 행정관이 문건파문과 관련해 거듭 구설에 오른 것 자체가 청와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후 발언을 놓고는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음 행정관 역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이씨와 손수조씨,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이동빈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 행정관 등이 모였던 술자리와 그 모임에서의 일부 발언 등은 시인하고 있다.

당시 음 행정관은 술자리에서 시사정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이씨의 발언내용 등을 지적하면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서 대구 지역에서 배지(국회의원)를 달려한다.

그런 사람(조응천) 말을 근거로 문건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논평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음 행정관이 대체로 청와대와 관계가 껄끄러운 것으로 알려진 집권여당 대표와 차기 원내대표 주자 등 두 인사를 거론한 것은 사실인 셈이다.

문건에 '십상시' 멤버로 묘사돼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친박(친박근혜)계 행정관이 미묘한 시기에 여당 대표 등에 대한 언급을 한 것 자체가 당청간의 마찰을 가져올 소지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언행이 신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청와대 공직기강 문제와 인적쇄신론을 재차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재오 의원은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고리 3인방도 부족해 행정관까지 나서서 헛소리를 하고 돌아다니고 이게 되겠느냐"며 "비선실세가 있는 없든, 문고리 3인방이 국정을 농단했든 안했든, 여론은 그 사람들 자리를 바꾸든지 인적쇄신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 배후 발언을 계기로 야당의 공세도 더욱 강화되는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민 걱정을 덜어줘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켜 국민이 청와대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