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이 분양하는 제주시 탑동 ‘리젠트마린 2차 더테라스’ 조감도
미래인이 분양하는 제주시 탑동 ‘리젠트마린 2차 더테라스’ 조감도
분양 마케팅 전문업체들이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 변신, 주택 개발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최근 1~2년 새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자 고위험 고수익 사업인 개발업에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엠디엠 신영 세중코리아 등 일부 1세대 분양대행사가 성공적으로 디벨로퍼로 안착한 것도 2세대 분양 마케팅 업체의 디벨로퍼 진출 요인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개발사업 나서는 2세대 분양대행사

분양 대행업체 중 지난해 아파트 1만가구 이상의 분양 마케팅을 담당했던 곳은 도우아이앤디 삼일산업 유성 등이 꼽힌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대규모 분양 대행을 통해 확보한 자체 자금과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택 개발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일산업이 개발사업 진출에 특히 적극적이다. 2013년 말 대전 탄저동에서 첫 자체 사업인 ‘효성 해링턴플레이스’(460가구) 아파트 분양을 성공적으로 끝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개발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내달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에서 소형 오피스텔 ‘트리피움’(72실)을 내놓는 데 이어 충남 천안에서 블록형 단독주택 사업과 충북 충주기업도시 아파트 사업 등도 검토 중이다. 김선관 삼일산업 사장은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 틈새 상품을 찾아내 개발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우아이앤디와 유성도 자체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 자체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우아이앤디는 사전 연구를 위해 일본의 대형 개발업체인 모리도시기획과 손잡고 최근 전 직원이 도쿄 롯폰기힐즈 등 일본 내 주요 개발 사업지를 둘러봤다.
프런티어마루가 공급한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 라온프라이빗’ 조감도
프런티어마루가 공급한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 라온프라이빗’ 조감도
호반건설 등 호남권 주택업체의 분양 마케팅을 주로 맡고 있는 프런티어마루는 작년 말 경기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에서 ‘신현 라온프라이빗’(223가구)을 분양했다. 오는 3월엔 한신공영·제일건설이 공동 시공하는 경기 부천시 옥길지구 아파트 사업(1300여가구)을 두 번째 자체 사업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초 제주 건입동에서 ‘리젠트마린호텔’을 성공리에 공급했던 미래인은 제주시 탑동 일대에서 ‘리젠트마린 2차 더테라스’를 자체 사업으로 추진해 분양 중이다. 최근엔 경기 광교신도시에서도 타운하우스 부지를 사들였다.

포스코건설 등의 아파트 분양대행을 맡아온 내외주건도 개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구 이시아폴리스에서 복합상가를 공급한 데 이어 광주광역시 수완지구에서 오는 3월 영화관 오피스텔 상가 등 복합단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말 서울 서초동 강남역 인근에서 서비스레지던스 ‘어반플레이스’를 준공한 건물과사람들은 올해 추가로 분양형 호텔 사업을 검토 중이다. 오는 3월 사업 타당성 결과가 나오는 평택 고덕국제도시 인근 브레인시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케이앤알씨는 충남 서산에서 아파트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분양 마케팅 노하우가 강점

국내 분양대행사는 300여개가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폐업하는 업체도 있지만 건설회사나 분양대행사 출신들이 잇따라 대행사를 세우기도 한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하다.

이런 경쟁 속에서 쌓은 분양 마케팅 노하우가 대행사들의 개발사업 진출 때 강점으로 작용한다. 평소 건설사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시공사 선정도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분양 마케팅이 주업이다 보니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을 잘 파악하는 편이다.

김한모 프런티어마루 사장은 “수요자들을 늘 만나다 보니 지역별 특성과 수요자가 원하는 상품 구성, 가격대 등을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게 분양대행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사장도 “시장 트렌드를 읽는 분양 마케팅과 새로운 주거 및 상업시설을 선보이는 개발, 안정적인 임대 운영의 3박자가 사업의 영속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