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변호사 강제주의 '유감'
양병훈 법조팀 기자 hun@hankyung.com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자는 말은 한마디로 본인소송(변호사 없이 당사자가 진행하는 소송)을 하지 못하게 막자는 얘기다. 대법원이 공개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합의사건의 경우 원·피고가 변호사를 수임한 경우는 지난해 43.4%로 절반이 채 안 된다.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법 절차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국민의 변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의뢰인은 그만큼의 돈을 선임료로 내야 한다. 지금처럼 본인소송과 변호사 선임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면 필요한 사람은 알아서 변호사를 찾지 않을까.
사실 이들이 변호사 강제주의를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한 대한변협 회장 후보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그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이 후보는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에서 “‘합의부 사건 변호사 필수주의’의 제도적 정착이야말로 ‘변호사 일자리 창출’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통해 관련 법안 발의 작업에 착수했다며 이를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국회가 어느 날 다른 분야에서 이와 비슷한 규제를 도입한다면, 예컨대 약사의 처방 없이는 두통약도 못 사게 한다면, 여행사 없이 여행을 못 가게 한다면 변호사 업계가 이를 국민의 권리 보장이라고 할지 의문이다.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는 사람은 소송을 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변호사 강제주의는 위헌 소지마저 있다. 청년 변호사 취업문제가 심각하더라도 규제를 통해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양병훈 법조팀 기자 hun@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