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주최로 23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2015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의 발표를 청중이 듣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23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2015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의 발표를 청중이 듣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내년 세계 경제 침체 등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사상 초유의 ‘4저(低) 시대’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4저 시대란 금리, 물가, 성장, 투자 등 4대 경제지표가 동시에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성장동력을 잃은 경제여건’을 뜻한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개최한 ‘2015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대표 국책·민간연구원 원장과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중국의 기술 발전과 일본 엔저에 발목이 잡히는 ‘신(新)샌드위치’ 위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최대 대외 변수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이 꼽혔다.

○G1(미국) 독주 체제

[한경 2015 경제 대예측 세미나] "4低 불확실성 몰려온다…내년엔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본격적인 ‘G1(미국) 체제의 출항’으로 대(對)미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제가 다른 국가보다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를 웃돌고, 내수 주도의 성장세도 확대될 것”이라며 “내년은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가 강화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신흥국 경제는 ‘저속주행’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G2의 한 축인 중국은 소비·투자·수출 등의 지표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도 경기부양보다는 구조조정에 주력하기로 했다”며 “부동산 거품 붕괴 등 위협요인도 곳곳에 잠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신샌드위치’ 위기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거센 추격과 선진국의 제조업 부흥으로 한국이 ‘신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 원장은 “과거의 샌드위치론은 중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한국을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었다”며 “지금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 및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의 가격 경쟁력 상승이란 새로운 형태의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 등 7대 중요 품목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한국(4.7%)이 중국(11.7%)과 일본(5.3%)에 모두 뒤졌다.

○일본식 불황의 덫

강연자들은 한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는 내년 초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 다시 침체로 돌아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 감소와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를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로 꼽았다.

하 원장은 유럽도 경기부양 정책 지연 등으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미흡한 정책 대응 때문에 1990년대 이후 일본처럼 높은 실업률과 국가 부채 확대 등에 시달리는 장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젤리형 경제’ 환경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현재 세계 경제는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불안정한 ‘젤리(jelly)형 경제’ 질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가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안정한 ‘젤리형’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영과 투자 분야에 모두 불안정성이 높다고 한 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에도 유럽과 한국 경제는 침체되는 등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역(逆)자산효과 본격화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와 주가 하락으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역자산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역자산 효과란 자산가치가 떨어져 소비침체가 이어지고 다시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을 뜻한다.

하 원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후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거품 논란이 있는 호주 스웨덴 등 선진국과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 부동산 시장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