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활용해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의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위상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화스와프란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정한 환율과 한도액 내에서 교환하는 것이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 내에선 통화스와프를 통해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위기에 빠진 러시아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국 방콕에서 지난 20일 열린 메콩강 경제권 정상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홍콩 피닉스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러시아가 현재의 통화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도 “중국과 러시아가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을 확대하면 러시아가 위기상황을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10월 맺은 15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활용해 중국이 러시아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중국은 최근 통화스와프를 활용해 경제 위기에 빠진 국가에 적극적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해왔다. 10월에는 페소화 가치 폭락으로 곤경에 빠진 아르헨티나에 150억위안의 자금을 공급했고, 지난달에는 베네수엘라에 250억위안을 제공했다. 통상 한 국가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하지만 이들 국가는 미국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IMF로부터 지원받지 못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