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민간위원회인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김범철 공동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사업에 대한 조사·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산하 민간위원회인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김범철 공동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사업에 대한 조사·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을 실시할 때부터 최근까지 7년여 동안 계속돼온 4대강사업 논란에 대해 ‘일정 정도의 성과와 안전성은 확보했지만 일부 조속한 보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무총리 소속 민간위원회인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조사위)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4개월간 진행해온 4대강사업의 조사·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4대강사업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로 ‘홍수 예방’을 들었다. 조사 결과 4대강사업 주변 저지대 중 홍수 위험도가 사라진 지역이 8.6%, 경감된 지역이 85.1%로 전체 홍수 위험지역 중 93.7%가 홍수 예방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 리모델링사업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농지 리모델링은 4대강사업 때 발생한 준설토를 인근 저지대 농지(7700만㎡)에 쌓아 개량하는 사업이다. 사업 이후 농지 표고가 평균 2.6m 상승하고 용배수 체계가 정비돼 침수지구 면적이 2782만㎡에서 5만㎡로 크게 줄었다. 리모델링 이후 재배작물도 다양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4대강 사업, 홍수위험 93% 줄여…누수 확인 6개 洑 즉시 보수를"
문화·레저 분야에서도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4대강사업을 통해 현재 전국 각지에는 자전거길(1728㎞), 수변공원(234개), 체육시설(61개 지구), 문화관(5개), 강변캠핑장(9개소) 등의 시설이 조성됐다. 시설 이용객별 만족도 조사에서는 자전거길이 3.81점(5점 만점), 캠핑장 3.90점, 수변공원은 3.67점을 받았다. 다만 조사위는 비도시 지역의 저조한 이용률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많았던 4대강 보의 시공과 환경 분야에선 문제점이 발견됐다. 전체 16개보 가운데 6개보의 하류 측 물받이공(보를 지탱하는 콘트리트 구조물)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새는 현상이 발견됐다. 누수가 확인된 6개보는 구미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공주보, 백제보 등이다.

배덕효 공동위원장은 “이들 6개보를 상세 조사해 적합한 보강대책을 조속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콘크리트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금이 가고, 시공 이음부에서 물이 새는 것으로 조사돼 구조적인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파이핑 현상’에 의해 보 자체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이핑은 보의 지반 아래 흙 속으로 물이 침투해 하천 바닥과 지하에 물길이 생겨 보 하류 쪽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파이핑 현상이 생기면 보에 균열이 생겨 무너질 위험이 있다.

이광열 조사위원은 “수중 조사를 실시해 누수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아직 파이핑으로 단정 짓기 어렵고 지하수 용출 현상일 수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또 4대강사업을 실시한 이후 낙동강 상류지역 4개보 구간에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증가해 수질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인 BOD가 높아질수록 물의 오염 정도도 심각하다고 본다. 영산강에 서식하는 식물플랑크톤의 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강 일대 생태공원과 생태하천도 ‘낙제점’을 받았다. 습지 생태계에 맞지 않는 식물을 심는 등 붕어빵 찍듯이 획일적으로 공원과 하천을 조성해 강 주변의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주기재 조사위원은 “강 서식처가 상당 부분 훼손된 데다 건설된 보로 인해 강의 생태계와 늪의 성격이 바뀌어 서식하는 생물종도 대부분 바뀌었다”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생태공원과 생태하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