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불행한 과거사 닮아…베트남 어린이 안쓰러웠죠"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과장(교수·사진)이 한국인 최초로 오드리헵번 인도주의상을 받았다. 25년간 국내외 안면기형 어린이들에게 새 삶을 찾아준 공로를 인정받아서다. 백 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헵번의 둘째 아들인 루카 도티 재단회장으로부터 상패를 받았다. 23일 병원에서 만난 백 교수는 “상패가 마치 오스카상 같아 참 아름답다. 그런 재단에서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별일도 아닌데 상을 받아서 참…”이라며 웃었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불행한 과거사 닮아…베트남 어린이 안쓰러웠죠"
77학번인 그는 성형외과학이 국내에 본격 도입되던 때 미래 전망에 매료돼 전공을 선택했다. 백 교수는 “다치고 비정상적인 곳을 복구하는 재건성형과 미용성형이 확실히 나뉘는 건 아니다. 함께 발달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서울대 의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89년이다. 백 교수의 친형이자 안면성형의 창시자격인 백세민 세민성형외과 명예원장과 함께 소모임 차원의 봉사의료단체를 만들었다. “형님이 안면기형인 환자가 수술 날짜를 잡아놔도 도무지 오질 않더랍니다. 알고 보니 돈이 없어서였습니다. 매우 안타까워하면서 한 해 100명쯤 무료 수술을 하기 시작했어요.” 모임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전국 보건소를 주말마다 순회하며 안면기형환자를 진료했다. 1995년 법인화(세민얼굴기형돕기회)되면서부터 봉사무대를 해외로 확장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안면성형 봉사를 해 왔다. 베트남과 수교가 막 시작된 1990년대 초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측과의 교감으로 봉사를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베트남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과 한국의 인연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불행한 과거사가 닮아 더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후원도 도움이 됐다.

백 교수는 지난 6월 베트남에 열흘 동안 머물며 구순구개열, 합지증, 육손 등 150여명의 기형환자를 고쳐줬다.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환자 40여명을 돌봤다. 한 번 출장 시 정형외과 순환기내과 등 다른 진료과 의사와 마취사 간호사 등 20~40명이 함께 움직인다. 치료하는 데만 주력하지 않고 현지에 인프라를 정착시키고 기술을 이전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봉사에 대한 의무감이 어디서 생기냐고 물으니 “어차피 어디에서 수술하든 마찬가지다. 내가 하는 일을 하는 것일 뿐 이제는 익숙해져서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버려진 수류탄을 갖고 놀다 폭발로 온몸이 찢긴 한 어린 베트남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목과 얼굴, 가슴이 서로 눌어붙고 손마저도 녹아버린 환자를 여섯 번에 걸친 대수술 끝에 가까스로 회복시켰다. “처음엔 참혹했는데 나중엔 많이 좋아졌어요. 지난번에 부모랑 같이 입국해 직접 재배한 땅콩을 갖다 줬는데, 일도 하고 여자친구도 생겨서 결혼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턱관절 강직증으로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던 환자를 고쳐준 뒤 그 환자가 의사가 돼 한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