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KFC 등 서방 업체들이 장악한 중국 패스트푸드 시장을 중국의 토종업체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20년 전 KFC와 맥도날드가 처음 중국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중국에는 작은 국수집, 만두집 정도밖에 없었다. 새로운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은 서방 체인점에 열광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05억달러(약 99조5228억원)에 달하는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이 서방 업체에 빼앗겼던 지분을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본력, 규모 갖춘 토종업체 등장

中 토종 패스트푸드, 안방서 '쑥쑥'…변방으로 밀려나는 맥도날드·KFC
중국 토종업체들은 이미 자본력과 규모 면에서도 글로벌업체와 경쟁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중국 내 500개 음식점 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샤부샤부 케이터링 매니지먼트 홀딩스는 홍콩증권시장에서 1억4700만달러 규모의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샤부샤부는 조달한 자금으로 앞으로 4년간 매장 수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대만 회사인 팅신인터내셔널그룹의 디코스 프라이드치킨 체인은 2011~2013년 점포를 948개 늘려 현재 2000개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KFC, 피자헛 등을 운영하는 얌브랜드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2년 6.4%에서 지난해 5.1%로 떨어졌다. 반면 팅신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6%에서 1.8%로 올랐다.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 미국 햄버거 가게는 중국 토종 햄버거 업체인 화라이스와 경쟁하고 있다. 2001년 처음 점포를 낸 화라이스는 점포 수를 2005년 100개, 2006년 200개, 2007년 1000개, 2013년 4800개로 급속히 늘렸다.

○메뉴 다양하고 음식 질도 좋아

서방 식당이 더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여겼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서방 패스트푸드점은 2012년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를 다량 투여한 닭을 사용하고 올해 7월에는 불량 고기를 납품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불신을 자초했다. WSJ는 “중국인은 중국 체인점이 더 좋은 음식을 제공한다고 여긴다”며 “그들의 음식이 더 건강하고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치킨 등 메뉴가 한정적이고 단조로운 서방 체인에 비해 음식 종류가 다양한 것도 중국 체인점의 장점이다. 쿵푸 케이터링이 다양한 찜 요리를 선보이는 등 중국 체인점은 지역별로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서방 기업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국에 2000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는 맥도날드는 소비자의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핫라인을 설치하고, 납품처에 감시용 카메라를 달았다. 얌브랜드는 품질 관리를 위해서 영세 공급자와의 계약을 줄이고 메뉴와 마케팅 전략을 개편했다. 얌브랜드 대변인은 “중국업체의 부상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중국에서의 판매량을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스더 라우 민텔 연구원은 “많은 소비자가 중국 스타일의 패스트푸드로 이동하고 있는 사이 서방 브랜드 역시 좋은 입지 조건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분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