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의 자르카 자유무역지대 중고차 시장에 전시돼 있는 한국산 중고자동차들. 심성미 기자
요르단의 자르카 자유무역지대 중고차 시장에 전시돼 있는 한국산 중고자동차들. 심성미 기자
“암만 거리 어디든 둘러보세요. 대부분 한국산 차들이에요.”(중고차 중개인 이스마일 알레얀 씨)

한국 중고자동차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자르카 자유무역지대 중고차 시장이다. 최근 순간 최고시청률 12%를 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드라마 ‘미생’의 주요 스토리 라인 가운데 하나가 이곳을 무대로 하고 있다.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요르단 중고차 수출 사업을 제안, 추진하는 과정을 그려 화제가 됐다.

600만㎡가 넘는 자르카 자유무역지대에 들어서자 초록색 십자가와 함께 큼지막한 글씨로 문짝에 ‘성심 구급차’라고 쓰인 봉고차가 눈에 들어왔다. 구급차 위에만 다는 빨간색 비상등도 그대로 있었다. 조금 더 지나자 뒷유리 판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문구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기아 포르테가 보였다. 한 공터에는 하얀색 현대 아반떼 차량 20여대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자르카 자유무역지대 협회장인 나빌 로만 씨는 “매일 1만여대의 중고차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곳에서 거래되는 중고차량의 60~70%는 한국산”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차 붐이 일었던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과 인천을 다니면서 중고차를 수집해다 팔았다는 중고차 중개인 지하드 알마리레 씨는 “2주 전에도 서울에 다녀와 100대를 수입해왔다”며 “1년에 다섯 번씩 서울 인천 송도 등지로 나가 중고차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이 해외로 수출한 중고차는 총 30만6973대. 이 중 20%인 6만3536대가 요르단으로 들어갔다. 요르단은 리비아(20.3%)에 이은 2위 한국 중고차 수입국이다.

드라마 미생에선 대기업이 직접 요르단 중고차 물량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양국의 소규모 중개인들이 거래처를 장악하고 있다.

로만 협회장은 “요르단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국 차종은 2010년식 현대 아반떼 HD”라고 말했다. 가격은 8500~1만달러 사이다. 여기에 관세 91%가 붙는다. 기아 포르테(약 1만달러), 현대 아반떼 MD(약 1만2500달러)도 인기 차종 중 하나다. 요르단 수도인 암만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 세 가지 차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기 때문이다. 요르단에 한국차 부품이 많이 수입되기 때문에 수리하기 편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조은호 KOTRA 암만 무역관장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중고차를 몰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자르카 자유무역지대에 있는 자동차의 80%는 이라크로 재수출된다. 나머지 20%는 리비아 레바논 이집트 등지로 나간다. 지난해 요르단 총수입 물량 15만5810대 중 11만2036대는 주변국으로 재수출됐다. 하지만 최근엔 이라크 내전 사태로 직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자르카에서 중고차를 거래하는 하삼 타이샤트 씨는 “요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를 거쳐 이라크로 차를 재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르카=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