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철강 정리, 제조부문 사업재편 착수

지난 1년간 구조조정을 벌여온 동부그룹이 반도체·철강을 정리하는 대신 농업·바이오·전자를 중심축으로 하는 제조업부문 사업재편에 착수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7일 2조7천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동부그룹은 시장에 내놓은 매각대상 자산을 상당수 처분하거나 막바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동부하이텍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IA컨소시엄과 매각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이 현재 IA의 자금조달능력을 검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특수강은 지난달 말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3개사 컨소시엄에 팔렸다.

매각가는 2천943억원.
동부발전당진은 삼탄과 먼저 체결한 계약이 송전망 문제로 틀어지는 우여곡절 끝에 SK가스로 넘어갔다.

동부발전당진 지분 60%가 2천10억원에 매각됐다.

본계약 직후 전기위원회가 당진 송전망 건설비를 한국전력·발전사업자가 반반씩 부담토록 하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밖에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일부, 동부팜가야 생수공장 등이 처분됐다.

동부발전당진과 함께 패키지딜에 포함돼 있던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동부제철이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들어가 경영정상화 이행계획 약정이 체결되면서 매각 작업은 보류된 상태이다.

동부메탈은 2016년까지 매각하기로 산업은행과 조율이 이뤄졌다.

이로써 동부그룹은 1970∼1980년대부터 주력으로 육성해온 반도체와 철강 사업을 접었다.

특히 반도체는 김준기 동부 회장이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을 들였으나 결국 동부와 결별 수순을 밟았다.

동부그룹은 앞으로 남은 제조업부문을 농업·바이오(동부팜한농), 전자(동부대우전자)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동부는 김 회장의 이같은 구상에 따라 계열사별로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팜한농은 동부그룹 계열사로는 거의 유일하게 아직 트리플B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농약과 종자 부문은 국내 점유율 1위, 비료부문은 남해화학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린다.

동부팜한농은 비료 원료인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화공사업부를 매각해 원료 조달을 아웃소싱으로 돌릴 계획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설립한 펀드운용사인 올브라이트 캐피털 매니지먼트(ACM)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대신 농산물 유통(동부팜청과), 해외영농·플랜테이션사업(동부팜한농), 동물의약품 등 바이오의약 사업(동부팜바이오텍), 천적 곤충 등 생물자원 사업(동부팜세레스)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짰다.

IT부문 계열사로 제조부문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는 금융IT, 전자재료 부문을 물적분할을 통해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IT 부문은 FIS라는 회사로, 전자소재·재료부문은 동부전자재료로 분할한다.

동부CNI의 사업부로는 무역과 일반 IT서비스만 남는다.

동부대우전자는 해외거점 20여곳을 중심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선다.

기존 중남미·중동 시장 외에 동남아·중국·아프리카를 공략할 계획이다.

신사업 영역인 TV 부문은 부품을 외주생산하면서 디자인·품질력을 높여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중국과 국내 조립라인을 활용한다.

동부 관계자는 "당초 자구계획보다 강도 높게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