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일반 소비자는 혜택
러시아·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체에는 부담


석유수출구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기로 한 데 따른 승자와 패자는 누구일까?
OPEC이 27일(이하 현지시간) 원유 가격의 추가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감산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USA투데이는 이번 결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혜택을 볼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회의에서 베네수엘라 등 일부 회원국들의 감산 요구에 완강히 버틴 끝에 결국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결정을 끌어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불 보듯 뻔한 추가 가격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생산량 유지를 고집한 것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방안이었다고 USA투데이는 설명했다.

즉 셰일가스 혁명을 앞세워 미국 등이 생산량을 늘려가면서 시장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금력이 충분히 않은 업체의 채산성을 더 악화시켜 장기적으로는 원유 시장의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고육책이었다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도 승자로 분류됐다.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가 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년 전 갤런(약 3.78ℓ)당 3.29달러까지 갔던 일반 가솔린가격이 원유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80달러까지 떨어졌으며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

반면 러시아는 '패자'로 분류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가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원유 가격이 더 하락하면 충격이 심해지는 탓이다.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판매 수입이 정부 재정 수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하락하는 데 따라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남아메리카 및 아프리카의 국가들도 원유 수입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부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27일 회의에서 감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없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도 상처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낮은 원유 가격은 새로운 채굴 프로젝트를 힘들게 할 뿐 아니라 현재 가동 중인 프로젝트의 채산성도 악화시켜 운영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또 OPEC이 패자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유 시장에서 영향력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들이 OPEC 비회원국인 다른 산유국으로 수입 다변화를 추구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이 더 약해질 것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