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대차잔고가 지난해 6월 이후 약 1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삼성전자 주가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대차잔고 18개월來 최대…주가 바닥 아니었나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대차잔고는 지난 24일 6조2670억원으로 지난해 6월5일 6조4257억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현재 대차거래 잔고 상위 종목 1위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기관투자자 등이 주식이 필요한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한 투자자는 주식을 빌려 매도(공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돌려준다.

대차잔고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주가의 상승 가능성이 작다고 점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대차거래에 나선 상당수 투자자가 주가가 크게 상승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대차잔고를 갚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 6월까지만 해도 삼성전자 대차잔고는 3조원대까지 줄면서 주가가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번졌다. 당시 증권가에서도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숏커버링'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6월 이후 점차 대차잔고가 불어났다.

실제 지난 6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어 전날 종가 기준으로 15.31% 하락했다. 140만원대에서 120만원대에서 주저앉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주식 대차거래 잔고는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1일 50조10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2.5%다.

증권가가 바라보는 삼성전자 주가 전망도 여전히 밝지 않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바닥을 쳤을지는 몰라도 상승 여력은 여전히 없다고 본다"며 "4분기 실적도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120만원을 훌쩍 뛰어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중국 휴대폰업계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더욱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애플은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호황이고 샤오미 등도 잘 나가는 상황이어서 삼성전자의 부침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연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대차잔고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승희 SK증권 연구원은 "연말 배당이나 주주총회 의결권을 받으려고 주식 대여자가 상환을 요구해 대차잔고는 연말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공질주 중인 대차잔고가 공매도의 재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