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책이나 생각 속에서 찾지 말고 삶 자체를 읊조려라
시나리오·게임, 제작 염두에 두고 구성력 돋보이게 해야
이들을 돕기 위해 선배 문인과 평론가들은 냉철한 지적과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장편소설과 시 부문의 작가, 평론가들은 “시대의 경험을 토대로 독창적인 글을 써야 하며 사회적인 의미와 읽는 재미를 겸비한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화 시나리오, 게임 스토리 분야 전문가들도 독창성을 주문하는 한편 “대중이 소비하는 문화 콘텐츠임을 감안해 구체성과 현실성이 잘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가 성석제 씨는 “당선 여부를 떠나 장편소설 하나를 써보는 것은 그 자체로 유익한 경험”이라고 격려했다. 성씨는 “장편을 쓸 때는 부분에 얽매이기보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묘사보다는 서사가 강한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편적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극단적으로 편협한 글쓰기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장은수 씨는 지난 1·2회 한경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심사위원을 맡았다. 그는 내용에 앞서 문장의 기본을 강조했다. 장씨는 “지금 와서 작품을 뜯어고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그 대신 문학도의 기본인 오자, 비문(非文) 등의 오류를 철저히 검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시를 쓸 때의 자세도 소설과 다르지 않았다. 시인 장석남 씨는 “작가 지망생이라 하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기 작가나 유행하는 문체를 무작정 따른다면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널리 알려진 시 작법을 참고하지 말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영역까지 가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기본기는 몸에 익히되 시를 쓸 때는 그것을 다 잊은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시인)는 시의 특성인 운율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요즘 시가 산문화돼 운율을 잃어버린 경향이 있는 데다 산문시도 아니고 소설의 한 부분을 잘라붙인 듯한 글들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나태주 시인은 “시를 책이나 생각 속에서만 찾지 말고 날마다의 삶, 기쁨과 슬픔 속에서 찾아야 독자들이 자주 찾는 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화 시나리오와 게임 스토리는 각각 영화와 게임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조언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시나리오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써야 하기 때문에 재현 가능성이 떨어지면 당선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최종작을 고를 때는 아이디어만 뛰어난 작품보다 구성이 뛰어난 작품을 고르게 된다”고 말했다.
소설가이면서 게임·애니메이션 전문가로 유명한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인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사례로 들었다. 이 교수는 “좋은 게임 스토리는 세계관, 아이템, 장소, 캐릭터의 종족 특성이 골고루 드러난다”며 “WOW 속에는 호드와 얼라이언스라는 두 세력의 대립이란 주제가 짧으면서도 세계관을 잘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 청년신춘문예 응모 원고는 A4 용지에 출력해서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과거에 발표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한다. 다른 신춘문예에 중복 투고하거나 표절한 사실이 밝혀지면 당선을 취소한다. 봉투에 ‘한경 청년신춘문예 응모작품’이라고 적고, 작품 첫 장과 마지막 장에 응모 부문, 이름(필명이면 본명 병기), 주민등록상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원고량(200자 원고지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 제출된 원고는 돌려주지 않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