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투자 해보니上]"어떻게 준비하면 되나요"…D-1 '고르고 바꾸기'
홍콩과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水+扈港通)' 제도가 오는 17일 시행된다. 그간 굳게 닫혀 있던 중국 대륙 주식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후강퉁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 본토 A주 종목에 대한 정보 부재, 환전 및 세금 문제, 매매 규모 제한 등 복잡한 투자 방법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후강퉁 투자를 진행해야 할까. <한경닷컴> 기자가 직접 A주를 매매하며 후강퉁 투자 방법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편집자주]

"후강퉁 투자하시게요? 고객님들이 질문하실 때마다 정보를 찾아보긴 하지만 저희도 직접 투자를 해보진 않아서 구체적인 매매 방법은 잘 모르죠. 일단 해외주식 투자 설명서를 드릴테니 한 번 읽어보세요."

후강퉁 시행을 나흘 앞둔 지난 13일 해외주식 매매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한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창구 직원은 "후강퉁 투자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다"면서도 투자 방법을 물을 때마다 전화를 하거나 종이 뭉치를 살펴보며 진땀을 흘렸다.

계좌를 개설하는 데는 40분 정도가 걸렸다. 일반 해외주식 매매 계좌를 만들 때와 같이 서비스 신청서와 정보 확인서 등을 작성하고, 계좌 설정 약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계좌를 개설한 후 해당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설치했다. 후강퉁 시행을 앞두고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등 국내외 증권사들은 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확대 개편, 개인투자자들도 A주 주식을 국내 주식처럼 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HTS와 MTS에 후강퉁 투자를 위한 메뉴창을 따로 마련해 놨다. 해당 창에서 종목을 고른 후 매매 버튼을 누르면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이다. 매매 방법은 국내 주식 투자와 같지만 A주는 매매하기 전 준비해 두거나 숙지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개가 아니다.

◆ 후강퉁 투자 첫 단계는 '고르고 바꾸기'

투자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후 17일 첫 쇼핑카드에 담길 A주 찾기에 나섰다.

후강퉁 시행을 앞두고 쏟아낸 증권사들의 추천주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종목들을 추려봤다. 후강퉁 시행으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중국 본토 A주 종목은 568개다. 이 중 마오타이(주류업체), 상하이가화(화장품업체), 네이멍구이리(유제품업체) 등 중국의 우량 내수주가 증권사들의 추천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할 기업에 대한 정보는 일부 국내 증권사들이 공개한 리포트를 통해 얻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정보량 자체가 적고 제공된 정보도 대다수 중국어로 돼 있어 개인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 실적과 사업 내용이 알려진 중국 내수주 종목을 택했다.

A주의 매수 단위는 100주이며, 매도 시 100주 미만은 분할해 팔 수 없다. 보유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도 불가능하다.

여러 종목을 놓고 고민했지만 일단 예산에 맞춰 1주당 주가가 36위안(한화 약 6400원)인 종목을 200주 매입키로 결정했다.

나름 머리를 쓴다고 홍콩 증시와 상하이증시에 동시 상장된 종목들(76개) 중 시세 차이가 나는 기업이 있나 살펴봤지만 대부분 후강퉁 시행을 눈앞에 두고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졌다. 홍콩 증시 투자는 원래부터 가능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상하이증시에 단독 상장돼 있는 종목을 매매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종목과 매수 물량을 정했으면 매입 금액을 마련해야 한다. A주 거래 화폐는 위안화이기 때문에 증권사 환전 시스템을 통해 넉넉히 7500위안을 준비해 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환율 변동에 따라 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주가가 올라도 손실을 입을 수 있지만 반대로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 매수 버튼 누르기 전, 따져볼 사항들

수익률 목표치를 세울 때 미리 따져봐야 하는 사항들이 있다. 환율 변동뿐 아니라 세금과 증권사 수수료까지 감안해야 실제 나에게 돌아올 손익을 계산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후강퉁 제도를 통해 중국본토 주식(상하이 A주)에 투자하는 외국인(기관투자가·개인투자자)들에게 한시적으로 주식 매매차익에 대한 자본이득세(한국의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제도와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제도를 통해 중국 본토 주식을 사고파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에도 기업소득세(한국의 법인세)를 징수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또 홍콩거래소를 통해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한 뒤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0%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은 현재 배당소득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대안상품부 이사는 “한·중 양국 간 조세협약에 따라 양국 배당소득세율의 차이에 해당하는 5.4%는 한국에서 징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수수료는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온라인은 매매금액의 0.3%, 오프라인은 0.5~0.7% 수준이다. 여기에 빠른 시세 확인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증권사 HTS로 보는 A주 시세는 15분 지연된 가격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세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선 추가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매매시간이 국내 증시와 다르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상하이증시는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오전장을 진행한 후 오후 2시까지 휴장한다. 오후장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열린다.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 둘 중 한 곳만 휴장해도 외국인 투자자는 거래할 수 없다. 다음 날이 홍콩 휴일인 경우도 A주를 사고 팔 수 없다. 두 시장이 모두 열었지만 광복절, 개천절 등 국내 증시가 쉬는 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문을 닫으면 관련 투자 문의나 서비스 진행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증시만 휴장하는 날은 7거래일 정도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