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발목 잡는 '5大 노무 리스크'] 휴일수당 중복 할증땐 中企부담만 5조…"전원합의체서 판결해야"
“판결이 전체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전원합의체로 가는 게 맞습니다.”(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2012년 3월 대법원이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뒤 산업계는 소송 회오리에 휘말리며 홍역을 치렀다. 이번에는 ‘휴일근로 수당 중복할증’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초비상이 걸렸다. 또 다른 ‘쓰나미’가 몰려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2009년 성남시와 안양시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토·일요일 근무에 대해 휴일근로 수당과 연장근로 수당을 중첩해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5건의 관련 사건 중 4건에 대해 1심과 2심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 고등법원 판결 이후 대법원은 기업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판결을 미뤄왔다. 특히 올해 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내에 노사정 소위원회가 꾸려져 원만한 타결을 모색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자 대법원은 더 이상 판결을 미루기 어렵게 됐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도 통상임금 못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되는 만큼 대법원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미화원만의 문제 아니다

산업계에서는 대법원이 휴일수당 중복할증을 인정한다면 국내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할 임금 증가액이 7조6000억원(임금채권 소멸시효인 3년 소급분 포함)에 달하고, 매년 1조9000억원가량의 추가 임금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특히 7조6000억원 중 약 5조300억원(66%)은 중소·중견기업 부담분으로 자금 사정이 취약한 일부 기업은 도산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지난 2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을 감안한 조치였다.

조합원 4만7000여명인 현대자동차가 주말근무를 연장근무라고 보고 추가 할증해 수당을 지급하게 되면 연간 총 주말근로 수당이 2820억원에서 3807억원으로 987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면 통상임금 사태와 마찬가지로 유사 소송이 줄줄이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판결과 동시에 범법자가 되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는 1991년 대법원 판결 이후 정부의 행정해석을 믿고 따라온 기업들만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휴일근로 수당에 대한 중복할증 시 영향을 받게 되는 근로자 수는 전체(5인 이상 사업장)의 17.5%에 달한다”며 “중복할증 부담은 경기 변동에 따른 기업의 대응 수단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소부 심리로는 한계”

이번 사건의 원고는 저임 근로자인 환경미화원들, 피고는 재판에 지더라도 큰 부담이 없는 정치인 출신의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소부 단독심리로 진행하면 원고들에 온정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워낙 산업계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 소부에서 판단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전원합의체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대리인의 논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만큼 전원합의체에서 확실한 결론을 내는 것이 법적 안정성을 공고히 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주중에 40시간 이상을 근무한 근로자가 휴일에 일하면 기본 수당(통상임금의 100%)에 휴일근로수당(50%)과 연장근로수당(50%)을 각각 더해 200%를 지급하는 것. 현재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휴일근로수당만 추가해 150%만 지급하면 된다.

백승현/양병훈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