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 내정자, 국민은행장 겸임키로

그동안 사퇴 압박을 받아온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사퇴 거부 의지를 굳힌 듯한 행보를 보여 금융당국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진 KB금융 사외이사(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12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사외이사 거취문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 등 다른 사외이사들도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이사회를 마친 뒤 사외이사들이 거취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기대됐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건과 KB금융의 지배구조를 연계하며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왔기 때문이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현재와 같은 KB의 지배구조나 경영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6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도 한 세미나에서 사외이사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이사회 직후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일부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적어도 '연임 포기' 의사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이경재,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고승의, 김영과 등 6명이다.

KB금융지주 내부에서도 '현실론'과 '관치금융 배제론'이 엇갈리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이 이날 거취와 관련한 아무런 의견도 표명하지 않음에 따라 당국의 사퇴 압박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사회에 앞서 한 사외이사는 "금융당국에서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회장을 내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치졸한 앙갚음 아니냐"며 "사외이사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앉히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해 당국의 사퇴 압박에 강한 거부감을 표한 바 있다.

이날 사외이사들이 별다른 거취 표명을 하지 않음에 따라 금융당국의 승인이 미뤄지면서 LIG손보 인수문제는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오는 2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을 논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IG손보 인수 건이 늦어질수록 KB금융은 LIG손보 대주주 측에 인수 지연에 따른 수십억원의 보상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나아가 올해 말까지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LIG손보 측과의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한편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모범적인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프로젝트 추진' 건을 의결하고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TF에는 전략기획, 인사, 준법감시 담당 임원과 외부 컨설팅 업체가 참여하며 내년 3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배구조 개선안에는 최고경영자(CEO) 양성 프로그램 전면 개편과 이사 추천 및 사외이사 평가 프로세스 재점검, 이사회 내 위원회 기능 재점검, 계열사 대표 및 그룹 주요 임원 추천제도 개선 등 지배구조와 관련한 사안 전반이 담길 예정이다.

KB금융은 또 당분간 회장-행장을 겸임하기로 한 방침에 따라 이날 이사회 직후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국민은행장 후보로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를 선임했다.

윤 내정자는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더라도 보수는 회장 급여만 받기로 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상반기 5억9천만원의 보수를 받았으며, 윤 내정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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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이지헌 기자 ssahn@yna.co.kr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