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 퇴직연금펀드 1조 돌파
올해 퇴직연금펀드 순증액의 70%가량이 가치주 투자에 강점을 갖고 있는 KB·신영·한국밸류 등 3개 자산운용사로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펀드 시장이 6조원 규모로 커진 가운데 연금펀드의 가치주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23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KB운용의 퇴직연금펀드 설정액은 총 3396억원 순증해 전체 펀드 순증액인 1조2628억원의 26.9%를 차지했다. 환매분을 뺀 신규 펀드 유입액의 4분의 1 넘게 KB운용 펀드로 쏠렸다는 얘기다. KB운용의 퇴직연금펀드 시장 점유율은 18.8%로 한국밸류(21.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작년보다 한 계단 올라선 성과다. KB운용의 퇴직연금펀드 순자산은 2010년 말 980억원에 불과했지만 매년 50% 이상 급증해 올해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배성철 KB운용 리테일본부 이사는 “퇴직연금은 평생 유지할 수도 있는 상품이어서 장기간 안정적인 성과를 내온 펀드를 10개 정도 엄선해 퇴직연금 자펀드로 설정했다”며 “각 펀드 수익률이 수년째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데다 KB금융그룹 브랜드 파워가 더해져 신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운용의 뒤를 이어 신영(2977억원), 한국밸류(2753억원) 순으로 연금 자산이 많이 유입됐다. 특히 작년 말 퇴직연금펀드 순자산이 2440억원이었던 신영운용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증가율이 122.0%에 달했다.

퇴직연금펀드의 누적수익률은 자금 유입이 많았던 대형 펀드에서 대체로 양호했다. 2006~2007년 집중 설정된 순자산 1000억원 이상의 채권혼합형펀드 누적수익률은 평균 84.0%(C클래스 기준)였다.

‘KB퇴직연금배당40’ 펀드의 누적 수익률이 121.1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89.85%) ‘신영퇴직연금배당채권’(88.27%) ‘마이다스퇴직연금배당40’(83.21%) 등이 뒤를 이었다.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KB퇴직연금배당40펀드가 9.96%로 1위였고 신영퇴직연금배당채권(5.75%) 미래에셋퇴직플랜40(4.09%) 등의 순이었다.

운용사들은 올해 100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퇴직연금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신상품 확대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삼성운용은 해외 자산배분형인 ‘글로벌 퇴직연금 올에셋펀드’를 최근 추가했고, 신한BNPP운용은 시황에 따라 자산 비중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퇴직연금 명품펀드셀렉션펀드’를 내놨다. KB운용은 조만간 초장기 인프라펀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