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뺨치는 전셋값 버거워…이참에 '할인 미분양' 사자"
‘계약금 1000만원, 내 집 마련 OK’ ‘지긋지긋한 전세난 탈출’…. 최근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에 자주 걸리는 현수막 미분양 광고 문구다. 전세난 속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미분양 단지를 추천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마케팅은 가을 분양 열기와 맞물려 적잖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델하우스에 걸려오는 문의 전화만 하루 수십통에 달한다.

분양 마케팅업체인 삼일산업 김선관 대표는 “정부 부양책에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가격 할인 등 강도 높은 마케팅에 나선 단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화성 용인 등 미분양 해소 가속

"집값 뺨치는 전셋값 버거워…이참에 '할인 미분양' 사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만7803가구였던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1년 새 신규 공급 증가에도 16.5% 줄어든 2만3214가구로 조사됐다. 수도권에서 미분양 물량 감소폭이 큰 곳은 경기 화성 고양 김포 파주 용인 등 그동안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곳이다. 지난해 8월 미분양 아파트가 3555가구이던 화성은 지난 8월 576가구로 83.7% 급감했다. 동탄2신도시와 반월 일대 미분양 아파트들이 속속 주인을 찾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침체가 이어진 용인 지역에서도 훈풍이 불고 있다. 용인 풍덕천동 황금공인 강상수 대표는 “용인 미분양 해소는 대부분 높은 전셋값에 따른 갈아타기 수요”라며 “2년 새 전셋값이 1억원가량 오르고 있고 전세가율도 68%에 달하니 차라리 할인 혜택을 주는 미분양 아파트를 사자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인천 ‘청라 롯데캐슬’ 분양을 맡고 있는 엠비홀딩스의 전용운 이사는 “9·1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직후 90여가구가 팔려나가는 등 미분양 소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전세가·분양가 할인 등 요인

전문가들은 수도권 미분양 판매 속도가 당분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입주 시기가 빠른 미분양 단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가격 할인뿐만 아니라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료 확장 등 추가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강점이다. ‘김포 한강센트럴자이’ 계약금은 500만원에 불과하고 계약조건을 바꿀 때 소급 적용하는 계약조건보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용인시 중동의 ‘신동백 롯데캐슬에코’는 실입주금 1억원대에 이사할 수 있도록 금융조건을 바꿨다.

호한철 반더펠트 대표는 “입지와 상품이 뛰어난데도 경기 침체로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단지가 적지 않다”며 “최근엔 정부가 연이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투자수요도 가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