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환 사장이 보은공장에서 사출성형기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진플라임 제공
김익환 사장이 보은공장에서 사출성형기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진플라임 제공
사출성형기 업체 우진플라임은 2008년 적자를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과 환율 급등으로 인한 손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1985년 창업 후 첫 적자가 나자 김익환 사장은 당황했다. 고민 끝에 그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런 식으로 가면 쌓여있는 돈이 조금씩 빠져나갈 게 분명하다. 앉아서 당할 바에는 사업을 더 키워보자.”

○위기 때 투자해 1위 차지

우진플라임은 이후 기술교육과 설비투자를 늘리고 해외에 더 많은 인력을 보냈다. 김 사장은 “불황에 설비투자를 하니까 산업은행 직원들이 살살 하라고 말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 결과 2008년 557억원이던 매출은 2012년 1528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3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1966억원이었다.

김 사장은 “중요한 결정은 항상 어려울 때 내리게 되는 것 같다”며 “이 투자 결정으로 경쟁사를 제치고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탄력받은 사업을 더 키우기 위해 새로운 공장 부지를 찾아 나섰다. 수도권에는 대규모 공장을 지을 땅이 없어 지방 도시를 찾아다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접촉하게 됐다. 김 사장은 “2012년 아는 분 소개로 이 지사와 통화를 하게 됐다”며 “다음 날 아침 이 지사가 직원 20여명을 데리고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인천 공장으로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그날 김 사장을 데리고 충북 보은에 있는 동부산업단지로 직행했다.

김 사장은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했고, 교통여건도 좋아 단지를 통째로 분양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문래동에서 5평짜리 공장으로 시작해 18년 만에 69만㎡(약 20만평) 공단의 주인이 된 것이다. 우진테크노밸리라는 이름이 붙은 공장 준공식은 1일 열린다.

김 사장은 “부지매입비 400억원을 포함해 공장 건설 등에 2000억원 정도 투자했다”며 “앞으로 설비를 더 늘리면 2020년 매출 1조원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주물, 판금 제관, 가공, 도장, 조립 등 일관생산 공정을 갖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는 “앞으로 300억원 더 투자해 설비를 증설하고 생산량을 늘리면 매출이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며 “투자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수익으로 돌려준다”고 덧붙였다.

○“일만 생각한 것이 성공비결”

문래동 철공소 출신 중 가장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김 사장은 “일밖에 생각 안 했고, 그 일을 남들보다 더했다”고 말했다. 창업 후 사출성형기 이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몰입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공장을 짓기 위해 설립한 건설회사도 공장 완공 후 해산할 계획이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사업(건설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6월 말 600명이던 직원 수는 현재 850명으로 늘었다. 보은 주민 150명을 포함해 추가로 고용했다. 인천공장 직원 대부분이 따라 내려왔다. 김 사장은 “(인천공장 직원의) 10~20%는 나갈 줄 알았는데 10명 정도를 빼고는 모두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단지 내에는 사출성형 기술교육원도 들어선다.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 2007년 우진플라임이 만든 교육원이다. 이 교육원 출신은 대부분 취업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사출성형 기술자들이 교육원을 나와 어디를 가도 상관없다”며 “좋은 인력이 많이 배출되면 그만큼 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현재 35%인 수출 비중을 내년까지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