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LG전자 G워치를 10여일 동안 직접 사용해봤다(위). ‘메디 세이프’ 앱을 연동하면 비타민 등 약 먹을 시간을 스마트워치에 알려준다(아래 왼쪽). 구글 캘린더에 약속 시간을 입력해놓으면 출발 시간을 계산해 알려준다.(아래 오른쪽)
기자가 LG전자 G워치를 10여일 동안 직접 사용해봤다(위). ‘메디 세이프’ 앱을 연동하면 비타민 등 약 먹을 시간을 스마트워치에 알려준다(아래 왼쪽). 구글 캘린더에 약속 시간을 입력해놓으면 출발 시간을 계산해 알려준다.(아래 오른쪽)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 김춘수의 유명한 시 ‘꽃’을 여는 저 문장처럼. 스마트워치. 너는 내게 아직 하나의 몸짓에 불과하다. 다만 기대는 엄청나더라. 뉴스에 업계 리포트, 신제품 포트폴리오마다 네 이름은 차고 넘치더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웨어러블(입는) 시대의 시작이라고.

스마트워치야, 내 삶을 어떻게 바꿔 줄거니. 생활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처럼 네 의미도 더 크게 성장할까. 구글의 웨어러블 전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웨어를 처음 심장에 품고 태어난 LG전자 ‘G워치’. 너의 이름을 불러보기로 했다. 내게로 와 ‘꽃’이 돼 줄거니?

두 손에 폰 대신 가을 바람을

먼저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웨어 애플리케이션(앱)부터 깔았다. 폰 앱들과 스마트워치 간 기능을 연동하는 오작교다. 이후부터 G워치에는 폰에 걸려오는 전화와 카카오톡 등 메시지, 구글 캘린더에 입력한 스케줄이 알림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스마트워치가 편했던 점은 무엇보다 일상적 통신을 모두 손목 위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아도, 왼손 오른손에 줄곧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양손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만원 버스에 서 있을 때 문자메시지 알림이 손목에서 울렸다. 버스가 흔들려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하고, 옴짝달싹하기 힘들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기도 힘들었다. 스마트워치는 달랐다. 손잡이를 움켜쥔 왼쪽 손목을 살짝 비틀어 메시지를 확인하면 됐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오케이 구글’로 음성인식을 깨운 뒤 “거의 약속장소에 도착했다고 메시지 답장”이라고 말했다. 똘똘한 구글은 어눌한 내 말투를 정확히 알아듣고 답을 보냈다. 스마트폰을 쥐고 타이핑하기 바빴던 오른손은 휴가 중이다.

운전할 때도 편했다.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은 다 안다. 하지만 전화나 카톡 메시지가 들어올 때 내용을 확인하고픈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운전대는 왼손에만 홀로 맡겨두고, 오른손으로 메시지를 확인하고 만다. 전방 차량과 폰에 시선이 넘나들다 결국 급 브레이크를 밟기도 한다. 스마트워치가 있다면 운전 눈높이 손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답장도 음성으로 바로 보낸다. 전화가 걸려오면 차량 블루투스로 받는다.

산책할 때도 유용하다. 폰을 꺼내지 않고도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하고, 걸음 수와 운동한 거리도 손목에서 바로 확인한다. 양손은 이제 폰으로부터 자유롭다. 조깅 때 팔을 들어 양손을 활짝 펴보자. 손을 스치는 시원한 가을 바람을 느껴보라.

날 챙겨주는 너…좀 무섭기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 나우’는 스마트워치에서 더 강력한 힘을 발한다. 사용자의 폰 사용 및 위치 이동, 자주 찾는 관심사 등을 패턴화해 자동으로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나를 위한 다양한 알림이 손목 위로 쏟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김 과장에게 이메일을 써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음성인식으로 “내일 회사 도착하면 메일 쓰기 알림”이라고 말한다. 그럼 G워치는 이 정보를 구글 나우에 저장시키고, 다음날 아침 내가 회사 근처 위치에 도달하면 카드 모양으로 알림을 띄운다. “회사 도착. 김 과장에게 메일 쓰기.”

밤 늦도록 이어지는 회식, 막차 시간이 걱정된다면 “밤 12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알림”을 입력해보자. 2차 노래방에서 정신 없는 가무에 빠져 있더라도 스마트워치는 정각에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거리와 지하철 도착 시간을 알려준다. 조용히 마이크를 내려놓고 지하철로 직행하면 심야 택시비를 아낄 수 있다.

다양한 스마트워치용 앱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600여개 워치용 앱 중에는 약 복용을 도와주는 앱(메디세이프)도 있다. 하루 두 번 약 먹을 시간을 입력하면 그 시간에 정확히 손목 알림을 보낸다. “약 챙겨 드세요”라고 여린 느낌의 진동이 손목을 울리면 ‘이 녀석’이 나를 돌봐주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약 봉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바쁜 일상. 너라도 나를 챙겨주는구나”라고.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내 일상을 빼곡히 지켜보고 기록·분석하는 스마트 기기들에 의존하는 인간이 돼 간다는 불안감. 회사 위치나 집 위치를 구글 나우에 따로 저장한 적이 없었다. 주변 지하철 위치 및 열차 도착 시간 알림은 이후 전철역 주변에 가면 자동으로 떴다. G워치를 사용한 10여일 동안 구글 나우가 자동적으로 집과 회사 위치를 파악했고, 사용자가 주변 교통편 정보를 좋아한다고 판단한 듯했다.

LG전자 스마트워치 기획 담당자는 “구글 나우는 밤에 오래 머무는 곳을 집, 낮 시간대는 회사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