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만난 이수용 > 이수용 북한 외무상(왼쪽)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반기문 사무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기문 만난 이수용 > 이수용 북한 외무상(왼쪽)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해 반기문 사무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핵 포기 제안을 거부했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회원국 대표연설에서 “핵은 자주권과 생존권에 관한 문제”라며 핵 보유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찾은 것은 1999년 백남순 외무상 이후 15년 만이다.

이 외무상은 이날 한국어로 진행한 16분간 연설에서 “핵은 누구를 위협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그 무엇과 바꿀 흥정물은 더더욱 아니다”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압살 전략이 필연적으로 가져온 것이 핵 보유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이 완전히 종식돼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 실질적으로 제거된다면 핵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했다.

이 외무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유엔 사무총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각종 매체를 동원해 사흘 연속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비난하고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대결에 미친 정치 매춘부의 추태’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며 “박근혜 패당은 정면 대결을 선포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는 박 대통령을 “현대판 사대매국노이며 역적 중에 가장 악질적인 만고역적”이라고 헐뜯었다.

북한의 비난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성남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는 “이번 방미 때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대화 제의가 전혀 없었으며 이 외무상이 미국 측과 만남을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며 “북한 측 인사가 미국 측과 만날 계획은 없으며 북·미 대화는 물론 남북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