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서울 삼성동 부지를 매각해 막대한 양도차익을 얻은 게 화제가 되면서 다른 상장사들의 유형자산 처분 내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한국전력 이외의 상장사들이 건물·토지·기계설비 등 유형자산을 처분한 규모는 모두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올해 유형자산 처분 사실을 공시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가 처분한 유형자산 규모는 약 1조8천44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사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형자산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도 상당수 건물과 토지 등을 매각했다.

올해 유형자산 처분 사실을 공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모두 14개사다.

이들 기업이 매각한 유형자산 처분금액은 1조4천760억원 수준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20개 회사가 유형자산을 처분했으며 금액은 3천680억원이다.

이들 가운데 처분한 유형자산 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는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은 6월 백화점(일산점·상인점)과 마트(부평점·구미점·고양점·당진점·평택점)의 건물과 토지 등 모두 6천17억원 상당의 유형자산을 KB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점포를 팔고 재임차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자산을 유동화했다.

한국화장품도 종로구 소재 서린빌딩을 837억원에 재단법인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에 팔았다.

또 한국화장품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대구지점 사옥 토지와 건물도 57억원에 처분해 모두 894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밖에 한진중공업(3천264억원), 대성산업(1천842억원), 동양네트웍스(563억원) 등 재정난에 시달리는 기업도 보유하고 있던 토지와 시설 등을 처분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유형자산을 처분한 기업 대부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결정이라고 공시에서 밝혔다.

그러나 유형자산 처분이 실제 회사의 경영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을지는 기업 상황마다 다르므로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국전력 부지 매각처럼 사실상 투자부동산 성격에 가까운 토지를 파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장부지나 기계장치 등을 매각해 영업활동에 지장이 생긴다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형자산 처분 소식이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되는 때도 있다.

한국화장품은 최초 공시일(3월 19일) 기준 1천690원에서 이달 19일 6천990원으로 주가가 300% 넘게 급등했다.

롯데쇼핑의 주가도 공시일(6월 10일) 30만1천원에서 최근 32만6천원으로 8% 이상 오르며 추세적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경우 대부분 유형자산 처분 규모가 작아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유형자산 처분 '약발'이 하루이틀새 시들해지거나 오히려 주가 하락 재료가 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