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경매로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와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상가 경매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서울 G밸리 일대 지식산업센터의 저층부 상가 모습.
서울 G밸리 일대 지식산업센터의 저층부 상가 모습.
○상가 낙찰가율 사상 최고

24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상가 낙찰가율은 평균 64.2%로 지지옥션이 경매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높은 가격에 낙찰된 물건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낙찰가율은 2003년 최고 63.7%까지 올랐다가 2005년부터 52.1%로 낮아진 뒤 2009년(51.6%)과 2011년(57.8%) 50%대를 유지했다. 이런 추세가 깨진 건 작년부터다. 작년에 61.2%를 기록하며 60% 선을 회복한 이후 올해 최고치로 올라섰다.

20%대 초반에 머물던 낙찰율(전체 물건 중 낙찰된 물건의 비율)도 작년과 올해 상반기에는 20%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상가 경매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주택 임대 시장의 빠른 월세 전환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월세 공급 물량이 늘어나 월세 수익률이 떨어지자 대안으로 상가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월세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월세가격은 지난 7월까지 16개월째 내림세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주택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의 상가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유망하다고 말한다. 올해 상반기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상가는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72.4%)였다. 그 뒤를 아파트 단지 내 상가(69.7%), 근린상가(69.4%) 등이 이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기업 종사자와 아파트 입주민 등 고정적인 배후 수요를 갖춘 지식산업센터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공실 위험이 낮은 편이라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돈 몰리는 상가 경매…낙찰가율도 사상 최고
○관리비 연체 여부 파악해야

상가 경매의 가장 큰 매력은 시세 대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가격만 보고 입찰에 나설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상가가 경매에 나온다는 의미는 결국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임차인을 구하기 수월한 입지인지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경매로 싸게 상가를 구했지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이 생기면 임대료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관리비 부담도 커진다. 임차인이 없으면 소유주가 상가 관리비를 내야 한다.

경매에 앞서 상가 관리비 연체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상가 관리비는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비싼 편이라 누적된 관리비가 많을 경우 배(낙찰가)보다 배꼽(관리비 연체금)이 더 큰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대출 여건을 갖추지 못해 경락잔금을 납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소형 점포의 확장을 위해 벽을 터 이웃하는 호실까지 하나의 상가로 운영하는 경우는 점포 구획선이 없어 대출을 받기 힘들다.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은행에서 점포 구획이 모호하다고 판단해 담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실제로 대출 불발로 경락잔금을 내지 못해 입찰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가끔 등장한다.

최성남 한경닷컴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