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카페베네 본사 건물 2층에 있는 매장에 들어서면 음악방송을 하는 DJ박스가 보인다. 이곳에서 하는 음악방송은 전 가맹점에 인터넷을 통해 전송된다. 1970~1980년대 DJ가 있는 음악다방을 재현한 것이다.

2010년 6월부터 시작한 카페베네의 음악방송은 과거 카페의 DJ를 연상시키며 기성세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재미를 준다. 고객이자 청취자들이 신청하는 곡을 실시간으로 들려주는가 하면 고객의 사연도 소개해준다. 카페베네는 음악방송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소비자의 추억을 자극하는 이런 음악방송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서울 청담동 카페베네 본사의 직영점에는 DJ박스가 설치돼 전국 매장의 고객들에게 신청받은 음악을 인터넷으로 들려주고 있다. /카페베네 제공
서울 청담동 카페베네 본사의 직영점에는 DJ박스가 설치돼 전국 매장의 고객들에게 신청받은 음악을 인터넷으로 들려주고 있다. /카페베네 제공
○이야기를 찾는 소비자들

‘스토리슈머(story+consumer)’ 마케팅이 프랜차이즈 업계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스토리슈머’란 이야기라는 뜻의 스토리(story)와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가 합성된 말로 ‘이야기를 찾는 소비자’를 뜻한다. 제품이나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그 제품에 관련된 스토리를 중요시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스토리로 풀어내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전략이 바로 스토리슈머 마케팅이다. 경기 불황과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는 스토리슈머 마케팅이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토종 커피 브랜드로 미국과 중국에 진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카페베네의 성공 이면에는 철저한 스토리슈머 마케팅이 숨어 있다. 카페베네는 미국풍 커피전문점 일색인 국내 시장에서 과감하게 유럽의 카페와 우리나라 사랑방을 접목한 ‘유럽풍 카페’라는 콘셉트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매장에 커다란 유럽풍 빈티지 시계를 설치, ‘카페베네는 시간이 멈춘 휴식과 창조의 공간’이라는 스토리도 만들어냈다. ‘미숫가루라떼’도 마찬가지다. 참깨, 보리, 검은 콩 등 몸에 좋은 5가지 곡물을 재료로 만든 미숫가루라떼로 우리나라 토종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미숫가루라떼는 스토리슈머 마케팅에 성공, 미국 전역의 매장에서 전체 매출의 8%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원할머니보쌈은 39년 전통을 무기로 스토리슈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1975년 서울 청계8가 황학동에서 시작해 한결같은 맛과 전통을 이어온다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마케팅 전략이다. 원할머니보쌈이란 단어를 줄여 ‘원쌈’이라고 메뉴 이름을 바꿔 다른 보쌈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한편 ‘원쌈을 맛있게 먹는 법’을 담은 CF를 제작, 방영하기도 했다.

○SNS 통해 스토리 확산

서울 은평구 갈현동 구산역 부근에 있는 스트리트 카페 ‘드립앤더치’는 수준 높은 드립커피와 더치커피를 제공하는데, 실내에 앉아 있어도 유럽의 노천카페와 뉴욕의 뒷골목에서 커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의 인테리어를 구현했다. 스트리트 카페 콘셉트를 스토리로 풀어낸 경우다. 더치커피도 ‘커피의 눈물’이라는 별명으로 고객에게 어필하면서 커피 마니아들에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스토리슈머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다. 5~10단계의 매운 맛을 고를 수 있는 카레전문점 ‘아비꼬’나 먹으면 로봇처럼 강해진다는 스토리를 만든 이태원의 ‘로봇김밥’도 스토리슈머를 겨냥한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걸어다니는 홍보매체로 불리므로 이야기거리만 만들어주면 자발적으로 그 이야기를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공간으로 퍼다 나른다.

스토리슈머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게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최근 가장 유명한 먹거리 관련 SNS는 ‘식신 핫플레이스’다. 이용자들의 체크인(방문 수)과 리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식신 핫플레이스는 작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국의 2만5000여개 식당 정보와 27만여 건의 사용자 작성 리뷰가 등록돼 있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스토리슈머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스토리를 퍼뜨려주는 것”이라며 “스토리슈머 마케팅에서 효과를 보려면 슬로건이나 이야기거리가 소비자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재미와 이슈성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