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경영] 한번 더 돌아보고 챙긴다…유통가 안전의식 재무장
올해 한국 사회의 키워드는 ‘안전’이다. 큰 충격을 몰고 온 세월호 사고뿐 아니라 크고 작은 안전 사고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제품이 안전한가, 쇼핑 장소가 안전한가 등을 먼저 따져보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유통, 물류, 화장품 등 실생활에 맞닿아 있는 산업일수록 소비자는 안전성 여부를 중심에 놓고 업체와 제품을 선택하고 있는 추세다.

관련 업체들은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안전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위해성 없는 안전한 원료를 선별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점포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테러 등 각종 사고에 대비한 세부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에 맞춰 정기적인 훈련도 진행한다. 식품이 부패하기 쉬운 여름철을 맞아 한층 더 까다로운 위생관리 기준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소비자의 불안도 조금씩 줄어드는 모양새다.

사람들로 붐비는 백화점은 점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화재 및 안전사고에 대비한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비상대기조가 출동해 5분 안에 초기 대응을 마치고 소비자와 임직원 전원이 대피하는 것이 목표다. 또 각 점포에서는 매일 폐점 10분 전 안전활동에 관한 안내방송을 내보내 직원들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현대백화점은 점포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를 월별, 유형별로 분석해 매뉴얼화한 ‘위기관리 알리미’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이 넘어지는 사고가 많이 일어난 5월에는 매장과 주차장 바닥이 미끄럽지 않도록 관리하고, 배관 누수가 자주 발생했던 7~8월에는 배관 점검을 철저히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점포별로 관할 소방서와 함께 화재 발생을 가정한 합동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판매에 신경쓰는 곳도 늘었다. 이마트는 여름철을 맞아 양념게장, 생크림 등 식중독 발생 고위험군에 속하는 상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김밥지단, 떡, 샐러드 등 16개 주요 품목은 매월 식중독균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1년 3월 일본 원전사고 발생 이후 일본산 수산물 취급을 하지 않고 있다. 경기 오산, 경남 김해 물류센터에는 방사능 측정기를 설치해 신선식품을 대상으로 매일 방사능 점검을 한다. GS리테일은 상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100여곳의 대표들과 함께 ‘GS리테일-협력사 식품안전관리 실천 다짐대회’를 열어 식품 안전다짐 선서문을 함께 낭독하고 외부 강사를 초빙해 위생 관련 강의도 진행한다.

개인정보 유출 방지도 신경쓰는 부분이다. 현대홈쇼핑은 ‘안심번호 서비스’를 통해 임의의 번호로 변경한 소비자 연락처를 택배사에 알리고 있다. 연락처 유출을 차단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CJ대한통운도 모든 택배 물량에 전화번호 가상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티켓몬스터는 해킹 방지를 위해 보안전문 업체에 전문적인 보안 관제를 받고 있으며 모의 해킹 회사로부터 정기적인 테스트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몰은 위조품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옥션은 진품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면 구매대급의 200%를 돌려받을 수 있는 ‘200% 보상 신고 접수제’를 운영한다. 11번가는 2008년 업계 최초로 위조품 110% 보상제를 도입했다. 소비자 불편을 덜기 위해 한국의류산업협회와 제휴, 협회에 소속된 300여개 브랜드 제품에 신고가 들어올 경우 직접 진품 여부를 판별해주고 있다.

인체에 무해한 안전한 원료 사용에 중점을 두고 있는 곳도 있다. LG생활건강은 2012년 방부제, 중금속 등의 유해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것을 콘셉트로 한 브랜드인 프로스틴을 출시했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와 신소재 개발 협약을 맺고 극지 생물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 ‘절대 품질’ 원칙을 선언하고 중금속,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을 배제한 원료 사용으로 제품의 안전성을 강조해오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재배, 수확, 포장, 보관 등의 과정에서 총 280여종의 정밀 검사를 통과한 인삼 재료만 제품에 쓰고 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