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앱에 '불법 딱지' 남발하는 운수법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대리셔틀 등 교통 관련 불법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대리셔틀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이용하는 불법 사설 버스다. 문제는 대표적 저임금 노동자인 대리·택시기사들의 생계가 이들 앱에 달려 있다는 것. 서울시가 최근 차단하겠다고 밝힌 유사 콜택시 앱 우버에 이어 정보기술(IT)과 기존 법체계가 충돌하는 또 하나의 사례다. 일각에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여객운수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택시도 우버 유사 앱으로 운행

한국경제신문이 18일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점검한 결과, 대리셔틀 앱 등 갖가지 불법 교통앱이 다수 발견됐다. 별밤셔틀, 대리친구, 대리만족, 택시친구 등이다. 대리셔틀은 대중교통 수단이 드문 심야에 운행되는 사설 버스다. 여객운수법상 허가가 나지 않은 불법 운송 수단이지만 비싼 택시를 이용하기 힘든 대리기사들에게는 생명줄과 같다. 요금은 3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대리셔틀을 타기 위해선 셔틀 앱이 필수다. 별밤셔틀은 서울·경기 지역 90여개의 셔틀 노선 정보를 제공한다. 대리만족은 셔틀의 실시간 이동 경로를 안내한다.

‘택시친구’ 앱은 경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택시기사와 대리기사를 연결해준다. 경기지역에 승객을 내려준 뒤 빈 차로 돌아오는 서울 택시는 손해가 크다. 이때 경기지역에 손님을 내려준 대리기사를 저렴한 가격에 태우고 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문제는 미터기 대신 흥정을 통해 요금을 정하는 이들의 방식이 위법이라는 것. 우버를 불법으로 몰아붙였던 택시기사들도 우버와 비슷한 앱으로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 대안 ‘카풀앱’

탈법은 서울시가 공유경제 사업으로 지원하는 카풀앱 ‘티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여객운수법상 허가받지 않은 개인의 유상운송 행위는 불법이지만 카풀은 유류비 한도 내에서 허용된다. 문제는 티클 앱을 통해 이뤄지는 카풀에 가격 제한이 없다는 것. ‘실시간 카풀’이라는 메뉴를 통해 유사 콜택시 영업도 가능하다. 티클 관계자는 “콜택시처럼 영업해도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티클은 지원하고 우버는 차단하려는 서울시의 행태는 모순이다.

카풀은 수도권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지난달 정부는 광역버스 입석 금지 법안을 시행했다. 승객 수요와 버스의 공급을 고려하지 않은 법 집행으로 출퇴근 시간대 시민들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티클을 비롯해 히쳐, 팡요 등 카풀앱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금전적 인센티브가 부족한 상황에서 활성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반면 미국 덴마크 등 해외에서는 유연한 법 적용으로 리프트 고모어 등 카풀 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있다.

◆여객운수법 개정 필요

대리셔틀, 택시요금 흥정, 카풀앱 편법 영업 등 탈법이 계속되는 것은 여객운수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감독 당국은 대리기사 등을 불법의 영역에 방치하고 있다. 올초까지 대리기사를 했다는 김모씨는 “하루종일 일해도 7만~8만원 버는 대리기사가 택시를 타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며 “대리기사는 시장의 수요만큼 증가했지만 이들이 이용할 합법적인 심야 교통수단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심야버스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터기 이하 가격으로 대리기사를 태우는 행위도 수요와 공급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경우지만 경직된 법 체계 안에서는 엄연한 불법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술 발전과 수요·공급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여객운수법에 일부 문제가 있다”며 “보험·치안 문제를 고려한 개선책 마련을 위해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