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하늘도시 전경. 넓직한 도로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와 공사중인 근린상가들이 눈에 띈다. 사진=김하나 기자
영종하늘도시 전경. 넓직한 도로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와 공사중인 근린상가들이 눈에 띈다. 사진=김하나 기자
[인천 영종=김하나 기자]지난 13일 인천시 중구 운남동.

30여층의 고층 아파트들이 깔끔하게 자리한 영종하늘도시는 활기에 차 있었다.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는 근린상가들이 하나둘씩 올라가는 가운데 사다리차들이 이삿짐을 분주히 운반하고 있었다. 학원차량들도 학생들을 태우고 오가고 있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몰려 있는 운서동 주변은 더욱 붐볐다. 왕복 2차선 뿐인 삼거리에는 신호대기를 몇 번 해야 진입이 가능할 정도였다. 분양사무소와 주변 중개사무소마다 상담을 받는 손님들이 어느 정도 차있었다. 전화상담도 이어졌다.

정부는 최근 관광 사업 활성화를 위해 4개의 복합리조트 사업의 애로를 해결해주겠다고 밝혔다. 이 중 3개가 몰려 있는 곳이 영종도이고 배후 주거지로는 영종하늘도시가 꼽힌다. 때문에 투자와 주거를 위한 문의가 급증했다는 게 분양 관계자들의 얘기다.

영종도에 지어질 복합리조는 LOCZ프로젝트(2018년개장), 파라다이스(2017년 개장), 드림아일랜드(2020년 개장) 등이다. 이들 사업과 관련 인프라를 지원하고 심의를 완화하고 인허가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영종도는 앞서 발표된 투자 이민제 확대추진까지 포함해 겹호재를 맞고 있다.
한라는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를 할인분양하고 있다. 미분양 가구의 소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하나 기자
한라는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를 할인분양하고 있다. 미분양 가구의 소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하나 기자
◆영종도, 정부 정책발표·개발호재 덕분에 활기

실제 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영종도 아파트값은 3.3㎡당 643만 원이었지만 7월 현재 기준은 735만 원으로 13.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인천시는 1.9%( 3.3㎡당 696만→ 709만원) 상승했고, 청라지구 4.0%(3.3㎡당 904만→ 940만원), 송도신도시 -0.6%(3.3㎡당 1138만→ 1131만원) 등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지지부진했던 개발계획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고, 인천시에서도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인천 구도심의 낡은 아파트들이 많아 주민들이 신도시에 대한 기대도 높은 만큼 개발의 속도에 따라 인구 유입은 가속화 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소식을 가장 반기는 건 영종하늘신도시에 입주해 있는 주민들이었다. 그동안 '유령도시'라는 오명까지 붙으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던 터였기 때문이다. 영종 A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호재가 있다는 건 분명히 반길 일"이라면서도 "그동안 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그런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영종하늘신도시는 2009년 분양 당시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여러가지 개발 호재로 주목을 받았었다. 높은 분양가임에도 프리미엄이 형성될 정도로 청약 열풍이 일었던 곳이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가 커지면서 개발계획들이 하나둘씩 좌초되고,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명성은 퇴색됐다.

2011년부터 아파트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분양을 받았던 수요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졌다.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했고 융자부담을 안고 어쩔 수 없이 입주하는 사례가 태반이었다.

건설사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불꺼진 아파트 때문에 채무를 고스란히 떠앉으면서 금융비용의 압박과 각종 소송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심정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할인 분양에 나선 것도 올해 들어서였다. 분양시점부터 따지면 5년 만인 셈이다.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 단지 내 중앙 광장과 단지 전경. 사진=김하나 기자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 단지 내 중앙 광장과 단지 전경. 사진=김하나 기자
◆미분양 아파트, 시세 상승+할인 분양에 급격히 소진

이처럼 풍부한 개발호재들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미분양 아파트들은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에서 ㈜한라가 분양 중인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두 달 동안 계약이 40%가량 성사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수만 따져봐도 500채가 넘는다.

영종하늘도시 A44블록에 위치한 영종한라비발디는 최고 36층, 11개 동, 1365가구 규모(전용 101~204㎡)로 건립됐다. 한라가 주변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특별분양중이다. 전용 101㎡가 3억1000만원 정도다.

분양 관계자는 "기존의 단지들은 같은 면적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한라비발디의 경우 다양한 면적이 있다보니 다양한 수요자들의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 139㎡ 일부 가구는 중국인들이 매입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현대힐스테이트, 한양수자인, 우미린 2차 등의 단지가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해 전량을 소진한바 있다. 2년 후에 분양으로 전환되지만 일부 가구는 세입자가 분양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도 종종 있다.

물론 이 같은 미분양아파트의 할인이나 전세전환을 두고 기존에 분양을 받은 수요자와 주변 아파트들은 반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 집마련을 고민하거나 불꺼진 단지를 우려하는 입주민들에게는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에는 7개 블록에 8851가구가 입주한 상태다. 2012년에 입주한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올해 전세 계약을 다시 맺거나 큰 면적으로 이사를 가려는 수요도 있는 편이다.
청라지구의 높은 전세가를 피해 영종으로 이주하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에 재직중인 이모씨는 "영종도는 인천과학고와 인천국제고, 자율형사립고인 영종하늘고 등 명문 학군이 들어서 있어 교육환경이 좋다"며 "현재 공항신도시에 살고 있는데 하늘도시의 분위기를 봐서 이사할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인천 영종=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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