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경찰이 책임질 문제 끌어안고 떠날 계획"
후임 곧 발표…경찰대 출신 첫 청장 나올지 주목


이성한 경찰청장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의 책임을 지고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청장은 이날 오후 안전행정부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신임 청장을 선발하기 위한 경찰위원회는 6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신임 청장으로는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 최동해 경기청장, 이인선 경찰청 차장, 안재경 경찰대학장, 이금형 부산청장 등이 거론된다.

이 청장은 이날 오후 6시 경찰청 기자실에 내려와 "제 소임이 여기 정도인 것 같다. 여러 가지 경찰이 책임질 문제가 많아 청장인 제가 끌어안고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있었던 잘못은 제가 안고 가겠지만, 국가와 국민이 있는 한 경찰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앞선 과오는 제게 다 덮어주시고 남아 있는 경찰관들이 사기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경찰을 바라봐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경찰이 실수한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일선에만 책임을 물어서는 될 일이 아니다. 경찰의 일신을 위해 청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3월 29일 경찰청장에 임명된 이 청장은 "1년 4개월 동안 보람있게 일을 해 왔고 무난하게 지냈다"며 "그러나 경찰 업무가 광범위하다 보니 조금만 방심하면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런 방심하는 일이 없도록 남아 있는 지휘관과 참모들이 잘 챙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년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데 대해 이 청장은 "임기를 채우면 좋겠지만 채우지 못할 일이 생기면 임기만을 얘기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청장은 기자회견 직후 직원들의 환송 인사를 받으며 경찰청사를 떠났다.

경찰 안팎에서는 그동안 유씨 변사 사건의 경찰 초동수사가 부실해 시신의 신원 확인이 40일 지연된 것과 관련해 수뇌부 책임론이 제기돼왔다.

특히 최근 전남 순천에 거주하는 주민이 송치재 별장의 비밀공간 가능성을 여러 차례 제보했지만 경찰이 묵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장 교체론에 힘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검·경의 부실수사를 강하게 질책하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전행정부 장관이 경찰청장 단수 후보를 추천하면 경찰위원회는 면접을 거쳐 '신임 경찰청장 임명 제청 동의안'을 안행부에 제출한다.

경찰위원회가 6일 오전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차기 청장이 내정된 것으로 보인다.

강 서울청장 등 차기 청장 후보들은 이 청장의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후 전화통화에서 "아직 연락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에 첫 경찰대학 출신 경찰청장이 나올지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