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표팀의 패착은…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축구대표팀이 불명예를 안고 귀국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국민들은 실망했고 그 실망은 책임 추궁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천명한 선수 선발 원칙과 최종 목표는 대표팀을 책임진 감독이 제시하는 엄중한 약속으로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과정에서 그 원칙은 일순 무너졌고, 결과로서의 그 목표도 참담한 실패로 돌아왔다. 국민과의 약속은 저버리면서 자신들 간의 약속만 ‘의리’라는 미명 하에 지켜진 결과라고 판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책임을 요구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오만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몇 가지 상황이 더해져 2주 만에 감독과 총괄 역을 하던 관계자가 동반 사퇴함으로써 한국 축구의 2014년 월드컵 도전은 끝이 났다.

이보다 못한 결과를 얻은 국제대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심각한 갈등과 반발은 없었다. 왜 유독 이번 월드컵 결과에 이런 반응을 보일까. 대표팀이 어떤 패착을 두었기 때문일까. 이번 대표팀이 행한 패착을 통해 우리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을까.

가장 큰 패착은 목표와 그에 합당한 전략을 일치시키지 못한 것이다.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대표팀은 두 가지 목표를 국민에 약속했다. 하나는 ‘최초 원정 8강’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이자 동시에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 ‘즐겨라, 대한민국(Enjoy it, Reds!)’이었다. 이 두 목표가 패착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필요한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목표는 그 자체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합당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합리적인 전략수립’과 ‘효과적인 전략실행’의 두 단계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번 두 개의 목표 그 어느 것에도 전략수립과 전략실행은 존재하지 않았다.

먼저 ‘최초 원정 8강’이란 목표에 필요한 전략수립에서 경쟁자에 대한 분석과 그에 합당한 실행이 없었다. 우리가 속한 조에서 가장 선전한 알제리를 승리의 제물로 삼겠다는 호기를 부렸다. 하지만 가장 큰 점수차로 대패했다. 벨기에전도 마찬가지다. 벨기에가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들이 예선 통과를 확정한 후 선발 선수들을 바꾸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준비는 전혀 없었다. 감독은 오로지 ‘원팀(One Team)’만을 강조했다. 내부의 단합만을 강조했을 뿐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가장 근본인 경쟁자를 감안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패착은 ‘즐겨라, 대한민국’과 관련된 것이다. 이 역시 구호만 있고 전략은 없었다. ‘즐겨라, 대한민국’에서 주체는 누구였을까. 무엇보다 먼저 선수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선수들 모두 즐길 수 없었다. K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 대신 소속팀에서조차 외면받아 실전 감각이 떨어진 선수가 선발됐다. 많은 국민들이 아니라고 지탄했던 선수들도 포함됐다. 분데스리가에서 실력으로 인정받던 선수를 볼썽 사나운 과정으로 합류시키고도 한 차례도 필드를 밟지 못하게 했다. 모든 선수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이 대회 전에도, 대회 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즐겨라, 대한민국’의 진짜 주체여야 하는 국민에 대한 전략도 부재했다. 축구가 가진 국민적 스포츠로서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즐기는 진짜 주체는 국민이다. 그런데 국민을 배제했다. 국민들은 팀 구성과 준비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쏟아냈다. 그러나 전혀 듣지 않고 독단으로 일관하다가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과정에 참여하면 결과는 용인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그렇지 않았다. 진짜 즐기는 것은 과정인데 그 즐거움의 핵심을 국민에서 빼앗아 버린 전략의 패착이 있었던 것이다.

축구대표팀의 이러한 패착에서 우리 기업이 배워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목표에는 반드시 그에 일치되는 합당한 전략수립과 전략실행이 있어야 한다는 것, 전략수립과 실행에는 반드시 경쟁자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전략 수립과 실행에서 이해 관계자들을 과정에 참여시켜야 결과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성적에도 대표팀 감독은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이없는 변명이지만 스포츠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하자. 기업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참패는 곧 도산이기 때문이다.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