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연치유의 성지
나는 2006년부터 계족산에 황톳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계족산을 맨발로 걸을 수 있게 만들겠다고 이 흙 저 흙을 깔면서 맨발 걷기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사람들이 산을 맨발로 걷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발을 다칠까 봐, 둘째는 남의 시선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 즉,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신발을 벗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맨발로 걷는 행사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

행사를 알리려면 광고나 홍보가 필요한데 술 만드는 회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제약이 심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볼까? 문득 머릿속에 두 개의 단어가 떠올랐다. 에코(eco)와 힐링(healing). 도시에서 벗어나 나무와 풀, 흙이 있는 자연을 한껏 즐기는 일이니 친환경을 뜻하는 ‘에코’라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맨발로 숲을 걸으며 자연의 기운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니 ‘힐링’의 장소이기도 했다. 두 단어를 합친 ‘에코힐링(자연치유)’ 브랜드는 그렇게 태어났다.

에코힐링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어 TV와 극장광고 등을 통해 에코힐링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나중엔 내 얼굴을 재미있게 그려낸 캐릭터 ‘에코맨’이 캠페인 광고에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해 인기도 끌었다. 우리 사회에 힐링 열풍이 불기 5년 전의 일이다. 누가 알았겠나. 이후로 힐링이 대세가 될지.

행사가 기획될 때 ‘마사이 워킹’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마사이족처럼 걸으면 건강해진다고 해서 밑창이 불룩 튀어나온 마사이 워킹슈즈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맨발로 흙바닥을 걷는 것이 마사이 워킹이다. 한참 뒤에야 안 사실인데, 마사이 워킹슈즈를 처음으로 고안한 카를 뮐러라는 사람은 아프리카가 아닌 한국에서 추수가 끝난 논두렁을 맨발로 걷다가 허리 통증이 완화된 후 스위스로 돌아가 그 신발을 개발했다고 한다. 2006년 ‘에코힐링 마사이 마라톤 대회(계족산 황톳길 맨발축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내가 계족산 황톳길을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는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에 즐겁고 건강한 표정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3대가 함께 손을 잡고 맨발로 자연 속을 걷는 풍경, 숲과 황토가 주는 치유 효과를 듬뿍 받은 사람들의 미소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가졌던 소박한 배려와 공유의 마음을 지키는 것, 그게 초심이다. 초심을 잃지 않는 한 계족산 황톳길은 앞으로도 에코힐링의 중심으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조웅래 < 맥키스 회장 wrcho@themacki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