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최대주주도 공개 안하는 롯데그룹
“최대주주를 안 밝히는 것은 투자자를 우습게 보는 것 아닙니까.”

롯데알미늄이 지난 7일 ‘L제2투자회사’가 지분 34.9%를 가진 최대주주라고 공시한 뒤 본지에는 독자들의 항의성 전화가 잇따랐다. 롯데알미늄의 사업보고서엔 4년간 최대주주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일본 주주는 파악이 안된다는 이유로 한국 계열사만 묶어 최대주주로 공시해왔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일본 주주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L제2투자회사라는 암호 같은 기업이 최대주주라고 이름을 올렸다. 일반투자자들이 롯데알미늄 최대주주의 실체를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롯데가 정보 공개를 꺼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상호투자를 하면서 지분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기에 L제2, L제4 등 비슷비슷한 이름의 회사들이 여러 계열사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롯데그룹의 고위 임원들도 실체를 모른다고 한다. 이런 정도니 개인투자자들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롯데그룹 75개 계열사 중 8개사가 상장기업이다. 롯데알미늄은 상장기업이 아니다. 법률적으로는 비상장기업 주주의 실소유주까지 공개할 필요가 없다. 감독당국도 구체적 실체 공개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롯데알미늄은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이런 만큼 투명하게 회사 정보를 공개하는 게 상도의에 맞다. 최대주주는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 판단의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롯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대주주의 정확한 실체를 끝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재계 5위(자산순위) 그룹이 계열사의 최대주주 명단을 감춘다는 건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뭔가 감춰야 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 만하다.

최근 홈쇼핑 비리사건으로 시끄러운 롯데그룹은 투명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투명 경영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형제간에 후계구도를 놓고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최대주주가 베일 속에 숨은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정 증권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