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매력의 아이콘 예지원의 네버엔딩스토리
[기획취재팀] 톡톡 튀는 매력과 4차원 모습으로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통해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데 성공한 배우 예지원이다.

예지원의 이름을 듣고 나면 솔직한 성격, 4차원적인 행동, 거짓 없는 화법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런 그의 성격은 필모그래피에서도 나타나는데 예지원의 데뷔작은 에로영화 ‘96 뽕’이다. 여배우라면 숨기고 싶은 과거일 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뽕’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 후 그는 묵묵히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갔다. ‘뽕’으로 얻은 유명세로 인해 MBC ‘마당놀이 황진이’의 출연이 가능했고 ‘마당놀이 황진이’가 영화 ‘아나키스트’를, ‘아나키스트’는 KBS 드라마 ‘꼭지’의 윤정희 역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예지원은 작품 활동의 폭을 넓힘과 동시에 여러 가지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배우가 되기 위해 힘썼다. 그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고 어느덧 대중들은 “역시 예지원스럽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꾸준한 봉사활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훈훈함을 자아낸 그는 모범 연예인으로 등극, 공·사 구분 없이 사랑받는 배우가 됐다. 또한 연예계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예능 출연을 통해 그동안 작품을 통해 보여주지 못했던 솔직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언제나 새로운 매력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배우 예지원. 그가 어떤 발자취를 지나왔는지 살펴보았다.

■ 국악예고와 서울예대, 그리고 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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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예지원은 학창시절 당시 잡지 표지 모델이 될 정도로 끼를 인정받았지만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로 평범한 학생이 될 뻔했다. 하지만 예능 방면에 재주가 많으셨던 어머니의 고집과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그는 국악예고와 서울예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국악예고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예지원은 서울예대에 입학한 뒤엔 방송연예학과를 선택,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웠다. 하지만 대학에 와서도 그는 한국무용, 재즈댄스, 현대무용 등을 쉬지 않았고 이때의 경험은 다양한 표현력을 가진 배우가 되는 단단한 밑거름이 되었다.

대학 졸업 무렵이 될 때 집안 형편이 갑작스럽게 악화된 그는 진로를 고민하던 중 교수의 추천으로 극단 성좌에 들어가게 됐다. 막내인 그에게 주어진 일은 포스터를 붙이거나 전단을 뿌리는 정도의 일이 전부였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긍정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무대에 오르겠다는 마음 하나로 힘든 시간을 즐기면서 보내곤 했다.

예지원은 극단 시절을 회상하며 “배는 고팠지만 단원들 사이에 정이 넘쳤고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기였어요”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극단을 떠난 예지원은 오디션을 거쳐 영화 ‘96뽕’에 출연,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된다.

■ 뽕, 25살 신인의 과감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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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개봉한 ‘뽕’은 당시 최고 인기 배우인 이미숙과 이대근이 주연을 맡아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그 후 뽕 시리즈의 4편이라고 할 수 있는 ‘뽕’의 1996년 작이 개봉하게 됐는데 바로 이 작품이 예지원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노출과 함께 뛰어난 작품 수준을 뽐낸 이미숙·이대근의 ‘뽕’은 수작이었지만 그 뒤를 이은 ‘뽕’ 2편, 3편은 형편없는 완성도를 보인 그저 그런 에로 영화에 불구했다. 하지만 시리즈의 4편 격인 ‘뽕 96’은 원작을 되살리는데 집중하며 호평을 받는데 성공했고, 그 중심에는 25살의 당찬 신예 예지원이 있었다.

예지원은 ‘뽕96’에서 자신의 몸을 팔아 하루하루 먹고 살면서 남편 삼보(최종원)을 기다리는 안협집 역을 맡았다. 겁 없는 신인 예지원은 안협집에게 무시당하며 광기에 찬 분노 연기를 보이는 삼돌(조형기)과 놀음에 빠져 아내를 돌보지 않는 삼보, 그리고 자신을 쫓아내려는 마을 주민간의 대립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다.

작품 속 예지원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 속에서 끝끝내 마지막 한줄기 자존심을 지켜내는 한 여인의 독한 마음을 표현했다. 연기에 첫 발을 내딛은 25살 신인 여배우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예지원은 인상적인 연기를 통해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 아나키스트, 장동건의 연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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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뽕’ 이후 본격적인 연기 행보를 시작한 예지원은 MBC ‘마당놀이 황진이’의 황진이 역에 이어서 영화 ‘아나키스트’의 여자 주인공 가네꼬 역을 꿰차는데 성공했다. 영화 오디션장을 수없이 드나들고 그만큼 고배를 마신 끝에 장동건(세르게이 역)의 연인이면서 정준호(이근 역)와 감정을 나누는, 많은 여배우들이 탐냈을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아나키스트’를 통해 예지원은 데뷔작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고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중국에서 활동했던 아나키스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예지원은 희대의 무희 가네꼬로 등장해 도도한 매력을 뽐낸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인 세르게이를 너무나도 사랑한 가네꼬. 세르게이의 사상을 따르기 위해 아나키즘 서적을 읽는 그는 영화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초중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예지원은 고혹적이면서 도도한 일본인 여자가수의 우아한 모습과 연인의 죽음으로 인해 목숨을 건 복수를 감행하는 처절한 모습을 잘 표현해내며 영화 속 홍일점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그가 조명을 받으면서 등장해 흐느적거리며 ‘글루미 선데이’를 부르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 중 하나다. 실제로도 술을 마시면 샹송을 즐겨 부른다는 그는 혼신을 다한 무대 위 모습을 통해 가네꼬의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 180도 연기 변신으로 브라운관 섭렵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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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아나키스트’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예지원은 곧이어 KBS 주말드라마 ‘꼭지’에 캐스팅됐다. 22살 처녀지만 어릴 적 사고로 인해 지능이 8세 수준에서 멈춰버린 정희 역을 맡게 된 것이다.

바라보기에 안타까울 만큼 천진난만한 인물을 맡은 예지원은 자칫 저능아처럼 보일 수 있는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묘한 매력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그는 “8살 어린아이의 순수하고 해맑은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드라마를 하는 동안은 누굴 미워하지도 않고 제 마음을 조절해서 항상 좋은 생각만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라며 캐릭터에 임하는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순수한 인물 정희를 훌륭하게 연기해낸 예지원은 ‘꼭지’ 종영 이후 곧바로 전파를 탄 SBS 수목드라마 ‘줄리엣의 남자’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 유학파 출신의 백화점 사장 딸 채린 역을 맡으며 일과 사랑 모두에서 적극적인 면모를 연기한 것이다.

‘꼭지’ 정희와 ‘줄리엣의 남자’ 채린. 연기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을 그대로 선보인 예지원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감탄케 만들었다. 쉬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 예지원은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 생활의 발견, 예지원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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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예지원에게 연기파라는 수식을 달 기회가 찾아왔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 명숙 역을 맡은 것이다. 홍상수 감독이 드라마 ‘줄리엣의 여자’를 통해 예지원을 보고 “역할 밖으로 삐죽하게 나와 있는 느낌이 좋아서 캐스팅했어요”라고 고백한 일화는 꽤 유명하다. 그만큼 캐릭터 너머의 사연까지 담아내는 예지원의 연기가 돋보였다는 말이다.

많은 이들은 ‘생활의 발견’을 놓고 예지원의 발견이라고 평가 내리기도 했다. 푼수 기질이 있는 무용교사로 난데없이 무반주 댄스를 추는 명숙은 예지원만의 끼를 한껏 발산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또 그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문법과 유머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사실 영화 ‘생활의 발견’의 플롯은 단순명료하다. 춘천과 경주를 무대로 가을날 7일 동안 한 남자와 두 여자가 경험하는 연애담을 그린 내용이다. 얽히고설킨 남녀 관계라는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은 오롯이 명숙에게 주어진다. 엉뚱한 표정으로 진지한 대사를 해대는 예지원의 연기는 홍상수 감독이 ‘줄리엣의 여자’를 보고 느낀 감정을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했다.

그 힘을 증명하듯 예지원은 ‘생활의 발견’으로 제10회 춘사대상 영화제 올해의 조연연기상을 수상했다. ‘생활의 발견’ 속 또 다른 여인 선영과 명숙은 선명한 대비를 이뤘고 선영을 돋보이게 해주는 소위 신 스틸러로서 손색이 없었기에 주어진 영광이었을 것이다.

■ 4차원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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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예지원은 새로운 행보에 나선다. 데뷔작과 아나키스트, 그리고 생활의 발견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소화했던 그였지만 한계를 또다시 깼다.

SBS 시트콤 ‘여고시절’에서는 요조숙녀이다가도 걸핏하면 주먹이 올라가는 터프한 역할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연기자가 되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오디션을 봐야했던 배우에서 영화계에서 믿고 모셔 가는 배우로 가치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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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2002년 영화 ‘2424’를 거쳐 드디어 그는 스크린에서 단독주연으로 캐스팅됐다. 2003년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 1조’에서 예지원은 윤락녀 출신이지만 사회적 멸시와 홀대에 부당함을 느끼며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고은비로 나온다. 억척스러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녀 역할을 소화하는 데 예지원은 제격이었다.

그리고 2004년 영화 ‘귀여워’로 예지원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쐐기를 박는다. 예지원은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 모두를 홀리는 매력의 결정체로 등장한다. 순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밑바닥 인생을 사는 남자들의 꿈과 욕망을 경쾌하게 풀어 가는데 예지원은 순이에 ‘빙의’되어 영화의 무게중심을 확실히 잡는다.

언뜻 순이는 불순한 캐릭터로 보이지만 예지원이 표현하는 순이는 “모든 남자들이 날 좋아했으면 좋겠어”를 외치며 요술공주 밍키를 부르니 순진무구, 천진한 캐릭터로 승화된다. 어느새 예지원은 대체 불가능한 여배우가 되어 가고 있었다.

예지원은 이에 대해 겸손함을 표하기도 했다. “제 능력이 아니라 세상이 좋아져서 여배우라고 마냥 고상한 역할만 맡을 필요는 없었고 저는 그것을 소화했을 뿐이에요”라고.

■ 세상의 중심에서 노처녀 만세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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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를 통해 스크린으로 대중들과 소통했을 무렵 예지원의 무대는 브라운관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한국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라는 별칭을 얻으며 2004년 KBS에서 방영된 일일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여주인공을 맡은 것이다.

방송국 이류 성우인 32세 최미자. 예쁘지도 않고 능력이 특출 나지도 않지만 순수함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심심하면 시집이나 가던지”라는 말로 싱글녀들의 공분을 살 만 했던 극 중 지현우를 결국엔 사로잡으며 온순한 양으로 만드는 과정은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또 한편으로는 극 중에서 지현우에게 빠져 소녀처럼 가슴앓이를 하고 눈물을 왈칵 쏟는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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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실제 배우의 이름을 따랐는데 예지원만큼은 최미자라는 타인의 이름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예지원의 연기는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누구라도 나의 이야기라고 공감하게끔 만드는 그의 연기 내공, 결국 그 힘이 대한민국의 모든 ‘최미자’들을 극에 몰입하도록 했고 극 중 이름은 그들의 것으로 남았어야 했을 터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싱글녀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이듬해 연상연하 커플의 계보를 이어갈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까지 히트하면서 싱글녀가 대세라는 인식 전환이 일어났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예지원이라는 개인의 연기 인생에도 변곡점을 찍어줬지만 사회적으로도 전환점을 마련해 준 셈이다.

■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 ‘어게인 올미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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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 대한 국민적인 사랑은 2006년 동명의 이름으로 영화화되면서 입증됐다.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로 또 다시 대한민국 ‘누나’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영화 속 미자는 시트콤의 미자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캐릭터는 같은데 상황이 다르니 동명이인의 미자가 된 것이다. 3년 동안 할 일 없이 논 백수 상태, 지 PD와 처음 만나고 이전까지는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비참한 현실이 깔리니 미자는 좀 더 과격해졌다. 영화적 상상력도 폭발적이다. 특히 포장마차에서 결혼을 상상하는 장면은 그가 꼽는 웃긴 장면이다.

예지원은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안전한 흥행 배우의 전당에 등극했다. 제18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생활의 발견’ 조연연기상 이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는 정상을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었다.

■ 죽어도 해피엔딩, ‘예지원의’ ‘예지원에 의한’ ‘예지원을 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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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식 연기의 절정을 2007년 작 ‘죽어도 해피엔딩’으로 꼽는 이들이 꽤 많다. 프랑스블랙코미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를 리메이크한 영화 ‘죽어도 해피엔딩’은 철저히 예지원을 위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올드미스다이어리 이후 한창 상한가를 치고 있던 예지원이 자신의 정체성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

아예 영화 속 이름도 예지원이다. 강경훈 감독은 작정하고 현실의 예지원과 가상의 예지원 사이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예지원은 그 기회를 십분 활용했다. 예지원은 사진 찍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죽어도 해피엔딩’에서 자신의 사진으로 벽을 도배할 수 있어서 황홀했다며 천진하게 인터뷰를 했다.

‘죽어도 해피엔딩’은 예지원에게 프러포즈한 남자들이 하룻밤 사이에 엉뚱하게 죽어 나가고 그는 시체를 감추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이야기. 아이러니하게도 ‘예지원’이라는 역할은 무지막지하지만 그는 오히려 “코미디와 정극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고 연기하는 치밀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는 본래의 에너지를 발산하던 예지원을 절제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예지원이면서도 또 그가 아닌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이다. 그 사이 예지원은 무작정 웃기는 배우가 아닌 영리하게 웃기는 배우로 성장했다.

■ 얼렁뚱땅 흥신소, 유일무이한 보물찾기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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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미스 다이어리 극장판’ ‘눈부신 날에’ ‘죽어도 해피엔딩’ 등 영화 3편을 연달아 개봉시킨 예지원은 2007년 하반기에는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예지원이 3년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보물을 찾는다”는 다소 엉뚱한 설정을 가진 KBS2 ‘얼렁뚱땅 흥신소’다.

‘얼렁뚱땅 흥신소’는 고종이 숨겨놓았던 금이 숨겨진 곳을 찾는 4인방과 그들을 번번이 훼방하는 쪽의 두뇌 싸움과 대결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곳곳에 웃음 코드가 있어 신나게 웃을 수 있으며 전체적인 극 진행을 유쾌하게 풀어나가기에 이해도 쉬운 편이다.

이런 참신한 설정을 가진 ‘얼렁뚱땅 흥신소’에서 예지원은 허영심 많고 허풍 심한 타로마스터 정희경 역을 맡았다. ‘아란샤’라는 점집을 운영하면서 명품을 갖기 위해 보물을 함께 찾아나서는 역할이다. 엉뚱한 드라마 설정과 황당한 인물의 조합 속에서 예지원은 그만의 4차원 매력을 발산, 울 땐 울리고 웃길 땐 웃기면서 정희경을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얼렁뚱땅 흥신소’는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MBC ‘이산’과 방송시간이 겹치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첫 방영 전에 이미 모든 드라마의 분량을 찍어 완성도와 작품성이 매우 높았다는 점, 주연뿐만 아니라 단역까지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점, 드라마 종영 후 시즌2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 등 ‘얼렁뚱땅 흥신소’는 숨겨진 보석이라는 평과 함께 명품 드라마의 호칭을 달게 되었다.

■ 엉뚱 발랄한 그, 예능으로 진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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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의 대표작은 뭐니뭐니해도 ‘올드미스 다이어리’이다. 노처녀 최미자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며 그에게 열광했고 이와 같은 인기는 영화제작과 연말 시상식 인기상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노처녀 캐릭터로 큰 인기를 누렸던 그가 예능에, 그것도 ‘골드미스가 간다’라는 노처녀를 위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점이 알려지자 많은 화제를 모았다.

‘골드미스가 간다’는 예지원을 비롯해 양정아, 진재영, 신봉선, 장윤정, 송은이 등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인 여자 연예인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이었다. 결혼을 목적으로 맞선을 제공하는 ‘골드미스가 간다’는 사랑에 대한 진심과 재치 있는 입담, 그리고 독특한 게임과 리얼한 맞선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인기를 끌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예지원은 그동안 연기를 통해 조금씩 공개했던 4차원 캐릭터를 마음껏 선보였으며 이는 동료 연예인들과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충격을 선사했다. 이처럼 엉뚱 발랄한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 것은 바로 ‘댄싱 위드 더 스타’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는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무반주로 춤을 추는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었다. 이와 같은 예지원의 끼가 그를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하도록 이끈 것이 분명하다.

댄스스포츠 선수 배지호와 호흡을 맞춘 그는 자이브, 탱고, 삼바 등 각종 춤을 금방금방 배워나가며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팔색조 매력을 뽐내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준결승 무대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 시트콤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은 ‘볼수록 애교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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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의 필모그래피 중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다. 이랬던 그가 5년 만에 시트콤에 출연했다. 그 작품이 바로 MBC ‘볼수록 애교만점’이다.

‘볼수록 애교만점’은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지붕 뚫고 하이킥’의 후속작으로 많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시작한 작품이다. 또한 수많은 주·조연 배우들 중에서 시트콤 경험자가 예지원 혼자라는 점은 하나의 불안요소였다.

하지만 이런 우려도 잠시, 예지원은 상대역의 김성수와의 로맨스를 통한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싱글맘과 싱글대디, 그리고 부모의 반대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예지원의 엉뚱발랄한 매력은 눈에 띈다.

특히 진지할 것만 같은 김성수와의 코믹 닭살 연기는 극의 주요 재미요소를 담당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여태까지 맡은 역 중 가장 지적인 역을 맡은 예지원은 전작 ‘지붕킥’의 부담을 느끼는 대신 ‘볼수록 애교만점’만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 그만의 색깔이 담긴 필모그래피를 채워 넣었다.

■ 예지원의 연기 인생 2막을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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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의 연기 인생 2기가 펼쳐지는 시작점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가 있었다.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엽기적인 유진 역을 맡아 탁재훈과 함께 취중 연기를 선보이는 2008년 작 ‘당신이 잠든 사이에’, 한국판 맘마미아라는 별칭을 얻었던 2009년 작 ‘결혼식 후에’를 거치기까지 예지원은 4차원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과 다시 손을 잡으며 이미지는 반전된다.

예지원은 유부남 중식(유준상)의 애인 연주가 돼 통영에서 애정 행각을 벌인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사랑을 표현하며 중식과의 관계를 리드한다. 불륜이라는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관계를 형성해감에도 불구하고 중식과 연주는 오히려 안정적인 유대를 형성한다.

이에 예지원 특유의 느낌은 살아있되 진화된 모습이 비친다. 실제 예지원은 “감독님은 나도 모르는 내면의 것을 많이 끄집어내 주셨으며 ‘하하하’는 내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에요”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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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하하하’는 예지원에게 큰 의미를 안겼다. ‘하하하’를 통해 처음 칸 영화제를 찾았다가 시상식 무대의 주인공으로 오르기까지 한 것이다. ‘주목할만한 시선상’ 수상이 발표되는 순간 예지원과 동료 배우 유준상은 홍상수 감독과 격한 감격의 포옹을 했고 예지원은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하하하’의 이야기는 2012년에 재현된다. 예지원은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하하하’의 연주로 재등장한다. 유부남인 중식과의 불륜에 괴로워하며 경남 통영으로 여행을 떠났던 연주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서 어느새 중식과 불륜 관계를 7년이나 지속하고 있는 모습이다.

‘생활의 발견’, ‘하하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우리 선희’까지. 이정도면 예지원은 홍상수 감독의 여자 페르소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 완벽한 내면연기와 신체연기로 효경과 일체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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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예지원은 연이어 내면에 있는 새로운 자신을 끄집어냈다. 한 이미지로 규정되지 않는 예지원의 행보는 어쩌면 운명처럼 정해진 것일 수도 있다. ‘귀여워’, ‘올드미스 다이어리’, ‘죽어도 해피엔딩’, 그리고 시트콤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도 그를 평가하는 감독과 동료배우는 예지원에게서 슬픔과 아픔의 감정을 봤다.

천년 세월을 견디는 한지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 예지원을 추천한 것도 배우 강수연이었다. 이를 계기로 임권택 감독과의 만남을 가졌고 예지원은 주인공 필용(박중훈)의 부인 효경으로 캐스팅됐다.

효경은 뇌경색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하지만 지공예 전문가로서 한지를 복원하는 과정에 매달리고 그 사이 점차 치유되는 잡초 같은 생명력을 지닌 인물이다. 예지원은 효경을 연기하며 스스로도 “이제 성인이 되어 가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대중도, 자신도 몰랐던 또 다른 예지원을 발견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또 예지원은 ‘달빛 길어올리기’를 통해 내면연기와 신체연기를 자신의 것으로 체득해야 하는 숙제도 풀어갔다. 한지를 복원하는 지공예가 효경의 자태와 표정, 한 발을 저는 신체연기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는 부단히 노력했다. 한지 공예 자격증을 준비했고 효경을 생각하며 오른쪽 다리를 절기를 일상처럼 반복했다.

이로써 예지원은 효경과 일체가 됐다. 한 인터뷰에서 “효경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저절로 흘러요”라고 말하는 그였다. 가볍고 튀는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연기파 배우의 진면모가 전면에 드러난 셈이다.

■ 내가 고백을 하면,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다
4차원 매력의 아이콘 예지원의 네버엔딩스토리
‘달빛 길어올리기’에 이어 예지원은 옹박 시리즈로 유명한 프라차 핀카엡 감독의 ‘더 킥’에서 무술인 역을 맡는다. 영화 속에서 시원한 발차기를 날리는 예지원의 모습은 ‘달빛 길어올리기’의 효경과 사뭇 다르다. 그러나 두 작품은 2011년 당시 예지원이 영화인으로서 인기스타라는 점을 부각시켜주는 공통점이 있었다.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는 한국영화 파노라마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더 킥’은 미드나잇패션 부문에 올랐던 것이다. 인기에 힘입어 예지원은 엄지원과 함께 영화제 최초로 개막식 여성듀엣 MC로 선정되기도 하며 영화인으로서 축복받은 나날을 보냈다.

이후 예지원은 2012년 조성규 감독의 작품 ‘내가 고백을 하면’으로 영광을 이어가고자 했다. 이 작품은 서정적이고 잔잔한 영화다. ‘달빛 길어올리기’의 연장선상에서 예지원은 대중들에게 수수하고 청순한 배우라는 느낌을 전달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옅은 미소와 슬픔이 공존한 예지원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 수 있었지만 예지원은 마치 언제나 그래왔던 듯 유정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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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은 강릉에서 간호사로 일하지만 서울 생활을 동경하며 서울에서 정착하기를 꿈꾸는 유정을 연기했다. 유정은 일상의 피로를 잊기 위해 주말마다 서울을 떠나 강릉을 찾는 영화 제작자 인성(김태우)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의 집을 바꿔 지내보는 계기를 갖는다. 자신만의 영역 속으로 타인을 들이기 힘든 30대의 남녀지만 집을 바꿔 지내면서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동화와 같은 잔잔한 로맨스는 예지원과 김태우의 완벽한 호흡, 그리고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가 어우러져 몰입도를 높였다. 수수하게 흘러내린 머리, 아련하게 바라보는 눈빛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유정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예지원은 애썼다.

예지원의 연기 인생 2기에서 ‘내가 고백을 하면’이 중요한 이유는 감정의 절제가 절정에 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기 인생 1기에서 감정을 터뜨리고 솔직하게 분출했다면 2기에서는 누르는 감정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내가 고백을 하면’을 만나 가슴 절절하지도 절박하지 않은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예지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절제’의 미덕을 ‘폭발’시켰다.

■ 4차원 배우라는 수식어로 담을 수 없는 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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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은 독특한 언행으로 인해 4차원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니는 배우다. 또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 소화력이 높다보니 연기력를 향한 포커스가 다소 옅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SBS ‘맛있는 인생’ tvN ‘연애조작단; 시라노’를 통해 자신의 4차원 매력 속에 가려진 깊은 연기력을 선보였고 이는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2012년 SBS 주말드라마 ‘맛있는 인생’에서 예지원은 24살 차이가 나는 임채무와 로맨스 연기를 펼쳐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극 중 자신의 아들이 사라지자 동네를 뛰어다니며 오열하는 장면에서 예지원은 망연자실한 채로 주저앉아 실제를 방불케 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으며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을 뒤덮는 임팩트를 과시했다.

또한 예지원은 2013년에는 영화 ‘죽어도 해피엔딩’에서 연을 맺은 강경훈 감독과의 인연으로 인해 tvN ‘연애조작단; 시라노’에 임원희와 함께 특별출연하게 됐다. 전작에서 코믹한 모습을 선보인 것과 반대로 정통 멜로의 모습을 보일 것을 예고해 방송 전부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코믹 연기로 유명한 두 사람의 정통 멜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막상 드라마가 전파를 타고난 뒤의 시청자들의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예지원과 임원희는 친절한 간호사 ‘이해심’과 남자다운 소방관 ‘김철수’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끌고 갔고 이는 곧 호평으로 이어졌다. 특히 예지원과 임원희의 눈물 연기는 그동안의 코믹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만큼 훌륭했으며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 예지원, 정글에 몸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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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는 ‘골드미스가 간다’ ‘댄싱 위드 더 스타’ 등 예능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였고 이는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후 MBC ‘토크클럽 배우들’ JTBC ‘대단한 시집’을 거친 그는 결국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게 된다.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지원은 정글을 향해 떠났다. 출연 계기를 묻자 그는 “배우로서 전환점이 필요했어요”라고 밝혔다. 40대로 올라선 그 스스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이처럼 걱정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그의 정글 생활은 대성공이었다. 무슨 일이든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나선 그는 금세 동료들과 융화되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예지원의 정글 요리는 등장할 때마다 화제가 되었다. 미크로네시아에서 만든 코코넛 막걸리는 혹평을 받으며 안방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브라질 아마존에선 잡은 생선으로 샤브샤브를 만들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정글에 다녀온 예지원은 스스로가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정글에서는 하루를 온전히 현재를 위해 살아야해요. 미래나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지금을 즐기며 사는 것을 배웠어요”라고 말하는 그.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지원의 패션 스타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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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은 평소 모던한 스타일을 즐긴다. 시크함과 도도함이 묻어나는 외모에 꼭 맞는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다. 과거 무용으로 다져진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타이트한 원피스를 즐겨 있는 것도 예지원 스타일의 특징이다.

예지원은 2013년 SBS 예능 ‘정글의 법칙’ 기자간담회와 출국 현장에서 자신이 고수하는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기자간담회에서는 그레이와 카키 컬러가 적절히 조화된 원피스를 입고 ‘정글의 법칙’ 팀의 출국 당시에는 블랙원피스를 입어 모던한 느낌을 살린 것이다.

2013 서울패션위크 현장에서 역시 무채색의 재킷과 와이드 팬츠를 매칭했다.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내가 고백을 하면’ 야외 무대 인사에서는 블랙 원피스를 입고 재킷을 어깨에 걸쳐 시크한 멋을 냈다. 예지원은 평소 여성들이 오피스룩으로 참고할 만한 스타일링을 많이 시도한다.

그렇다고 예지원의 스타일을 무난하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 예지원은 파격적인 스타일링에서는 확실히 과감해진다. 특히 가감없는 컬러 매칭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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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그린 컬러 드레스에 버건디 립스틱으로 입술을 강조했다. 그린과 레드가 완벽한 대비를 이뤄 예지원만의 개성 있는 정체성이 표현됐다. 또 2012년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숏헤어에 프릴이 달린 핑크 컬러 드레스를 입어 색다른 연출을 했다.

또 그는 위트 있는 패션을 구사한다.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며 미크로네시아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는 순간 그는 빨간 원피스와 인어공주를 떠오르게 하는 의상을 꺼냈다. 이에 앞서 예지원은 특별주문의상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사이즈가 큰 화이트 블라우스에 허리띠를 매고 이마에 붉은색 스카프를 두른 커다란 모자를 착용한 채 캐리비언 스타일임을 당당히 외쳤다.
예지원은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자신만의 개성과 정체성으로 해석해냈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형성해온 만큼 패션 스타일링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그다.

■ 반전의 예지원, 여리디 여린 그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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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이 그렇게 무서운 거에요” 청순한 역할도 했는데 대중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인터뷰 질문에 예지원은 대답했다. 대중들은 흥행한 작품의 캐릭터로 예지원을 규정짓는 것. 이렇듯 사람들은 예지원을 엉뚱하고 발랄하고 4차원의 개성 강한 인물로 기억한다. 물론 예지원은 이런 캐릭터 하나라도 제대로 갖고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나아가 푼수기 있고 코믹한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실제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틀에 갇혀 있어 풀어내지 못하는 것들을 예지원은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처럼 시원시원하게 풀어낼 것 같다고 여긴다. 하지만 예지원이 말하는 자기 자신은 의외로 정반대다.

예지원은 실제는 소심해서 맡은 역할들처럼 과감하지 않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톡톡 튀는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후련함마저 느낀다고 말하는 그다. 자유롭고 과감하게 제 본분과 역할을 다하고 할 말 하는 인물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자기 속에 다양한 면모가 있겠지만 언제나 작품 속 캐릭터들은 자신보다 더한 여성들이었다고.

이런 면모는 탁재훈과의 첫 만남에서도 드러났다. 2008년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탁재훈과 함께 찍으며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낯을 가려 친해지지 못했던 것이다. 예지원은 만남에 있어 적극적이기 보다는 서로 살피고 시간이 필요했기에 촬영의 3분의 2가 지났을 무렵에야 탁재훈과 친해졌다는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아나키스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할 때, 세상을 떠난 가족 뽀삐를 떠올릴 때, ‘달빛 길어올리기’의 효경을 생각할 때 등 인터뷰 도중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여린 감성을 지니기도 했다.

■ 끈임 없는 노력이 탄생시킨 팔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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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은 노력형이다. 독특한 역할을 맡는 게 익숙한 그는 직접 체험을 하고 몸에 익혀야 직성이 풀린다.

‘달빛 길어올리기’에서 맡은 배역이 지공예 전문가였기에 한지 공예 자격증을 준비했다. ‘더 킥’에서는 완벽한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 태권도 1단을 땄고 2단 승단 시험에도 도전했다. 불어도 샹송도 춤도 영화 때문에 갈고 닦인 실력이라고 했다. 결국 예지원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모두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그는 무언가에 몰두하면 끝장을 본다. 2007년 MBC 예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불어가 정말 좋아서 불어공부만 10개월 했고 불어로 인터뷰하는 게 소원이에요”라고 말했다. 이 후 거짓말처럼 꿈은 이뤄졌다. 영화 ‘하하하’로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할 당시 불어로 수상 소감을 발표한 것이다. 물론 불어로 된 A4 2장 분량의 인사말은 모두 잊었지만 ‘죽어도 해피엔딩’의 마지막 불어 대사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에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를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

춤 역시 그가 욕심을 내는 대상이다. 2009년 무용 공연을 위해 내한했던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처럼 몸짓을 보여줄 수 있는 의미 있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 컴패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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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원은 연예계에서도 심성이 곱기로 유명하다. 항상 나눔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던 그는 꾸준히 해외봉사활동을 다니며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그가 첫 해외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동료배우 엄지원 덕이다. 엄지원과의 인연을 통해 해외 봉사활동과 컴패션 밴드를 알게 되었고 이어 차인표, 신애라, 주영훈 등과 만남을 가지며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컴패션은 전 세계 26개국의 가난한 어린이들과 1대1로 결연해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하는 국제 어린이양육기구다. 예지원은 컴패션 밴드를 통해 어린 친구들에게 즐거운 공연을 보여주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나갔다. 한 인터뷰를 통해 그는 “도움을 드리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현지에 가니 내가 도움을 받고 오고 있더라고요”라며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감동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그는 SBS ‘희망TV’를 통해 에티오피아에 다녀오며 참담한 현실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에티오피아의 기근과 어려움을 직접 접하면서 많은 충격을 받은 그는 이후 더욱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펼쳤다. 에티오피아에 이어 우간다, 베트남, 네팔 등 여러 나라의 아이들과 만남을 가졌고 아이티를 방문해 웃음을 주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예지원은 현장에서의 봉사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관심을 이어나갔다. 우간다에서 만난 한 소녀의 눈 종양을 제거해주는 수술을 도와주었고 덕분에 그 소녀는 13년간 앞을 가리던 종양을 없앨 수 있었다. 그의 선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예지원은 SBS ‘희망TV’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현장에 다녀온 소감을 밝혔다. “우리는 좀 더 갖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데 그들은 굶어 죽어가고 있어요. 의식주가 없어서 생명을 잃고 있어요.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짧은 말 한마디에서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 팔색조 매력의 배우 예지원. 앞으로 이어질 그의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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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생 배우 예지원은 1996 ‘뽕’으로 데뷔한 이후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나갔다. 영화와 드라마, 시트콤와 예능 등 그의 활동 범위는 다양했다. 과감한 데뷔작과 노처녀 전문 배우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그.

예능 ‘정글의 법칙’ 이후 휴식을 취하던 그는 현재 연극 ‘엄마를 부탁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예지원은 연극 작품을 통해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40대에 들어섰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며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 중이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배우인 것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묵묵하게 하다보면 언젠가 뭔가가 될 것 같아요. 중간에 흔들리는 때가 오더라도 지켜가야죠. 저한테는 이미 그 때가 저도 모르게 지난 것 같아요. 묵묵히 그저 가야죠”

‘뽕’의 뽕녀에서 ‘생활의 발견’의 명숙,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최미자에서 ‘하하하’의 연주, 그리고 ‘정글의 법칙’과 컴패션에서 보여준 예지원까지.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 어떤 역할로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예지원이기에,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그이기에 믿고 응원할 수 있다.

(사진출처: w스타뉴스 DB, 영화 ‘뽕’, ‘아나키스트’, ‘생활의 발견’,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귀여워’, ‘올드미스다이어리’, ‘죽어도 해피엔딩’, ‘달빛 길어올리기’, ’내가 고백을 하면‘, ‘하하하’ 스틸컷, KBS ‘올드미스다이어리’, ‘얼렁뚱땅 흥신소’ 포스터·방송 캡쳐, SBS ‘골드미스가 간다’, ‘줄리엣의 남자’, ’맛있는 인생‘, ’정글의 법칙‘ 방송 캡쳐, MBC ‘볼수록 애교만점’, ’무릎팍도사‘ 방송 캡쳐, tvN ’연애조작단; 시라노‘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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