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범 차기 금융학회장 "지주체제 안 맞는 금융그룹은 포기해야"
“금융지주사 체제를 제대로 운영할 역량이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낫습니다.”

차기 한국금융학회장에 취임하는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58·사진)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지주사는 분명히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이를 못 살리고, 최근처럼 자회사와 갈등만 일으킨다면 체제 유지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오는 7월1일부터 1년이다.

김 회장은 금융지주 체제가 국내에 도입된 과정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 이후 잇따라 설립된 금융지주사들은 금융그룹 스스로의 판단보다는 대부분 인센티브를 내세운 정부의 ‘드라이브’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서구식 제도가 우리 토양에 맞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유행처럼 도입했다”고 말했다.

수직적인 중앙통제식 문화가 강한 국내 금융권에서 지주사는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자회사 운신의 폭이 줄어드는 데다, 문제가 불거지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지주사와 자회사 간 갈등이 잦을 수밖에 없다며 각 금융그룹이 자율적으로 지주체제 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문제가 있는 그룹은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그게 어렵다면 ‘탈(脫)지주’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잇따르는 금융사고에 대해선 “단기 실적에 연연하는 관행이 확산됐기 때문”이라며 “중장기적 시각으로 기본을 지켜가는 경영과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요즘 화두인 해외 진출 역시 장기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다진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추진할 것을 조언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선 “관료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는 문제지만, 그렇다고 관료를 무조건 막다 보면 엉뚱한 세력에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며 “금융권 인적 자원 양성을 위한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금융발전심의회 은행분과위원,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경제학회·한국금융학회·한국사회과학협의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