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배자에게 안내 맡긴 검·경
“수배자를 눈앞에 두고도 모르고 있었다니. 아무리 보안이 중요하다 해도 체포 대상자 명단조차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 게 말이 됩니까.”

12일 오후 1시 경기 안성시에 있는 기독교침례복음회(구원파)의 총본산 금수원 정문 앞. 이틀째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금수원 곳곳은 줄지어 늘어선 경찰 기동대원들로 삼엄한 분위기였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한 간부에게 전날 경찰이 체포 대상자인 구원파 신도에게 길 안내를 맡긴 이유를 묻자 격양된 목소리로 검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정은 이랬다. 지난 11일 오전 8시께 금수원에 진입한 경찰병력은 구원파 신도 최모씨(44)의 안내를 받아 금수원 내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축구장 30여개 크기의 금수원을 수색하려면 안내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은 길을 안내하던 최씨가 검찰의 체포 대상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라는 점을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검찰 수사관이 최씨를 알아보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진작업실에서 그를 체포했다. 작전 시작 1시간30여분 만이었다. 경찰로선 본의 아니게 수배자에게 안내받은 ‘얼빠진’ 모습을 보인 셈이다. 경찰이 처음 검찰로부터 건네받은 체포자 명단에 최씨가 포함되지 않아 벌어진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검찰과 경찰의 취약한 공조체제는 유 전 회장에 대한 수사 초기부터 지적돼왔다. 그럴 때마다 검·경 지휘부는 ‘공조체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수사당국의 한 관계자는 “솔직하게 말해서 신병을 확보한 뒤 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는 검찰이 수많은 동조자를 둔 유씨를 직접 잡는다는 건 쉽지 않다”며 “잠복과 추적 수사가 전문인 경찰과 초기부터 적극 협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 수사 인력 80여명과 경찰 6000명이 투입돼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작전을 벌였지만, 검찰 수사관 10여명이 예배를 보는 대강당에서 낮잠을 잔 사실도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일부 경찰이 금수원 내 폐객차 안에서 낮잠을 잤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