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최근 한 달간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 수는 하루 50건 안팎이다. 지난해 이맘때는 60건 이상이 입찰에 부쳐졌다.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물건도 줄어 지난달 29일 입찰에선 최고 경쟁률이 7 대 1에 그쳤다. 낙찰된 물건(13건)의 절반 정도인 6건은 단독입찰이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올 들어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이 줄어들다 보니 경매 법정이 한산한 날이 작년에 비해 많아졌다”고 말했다.
수도권 경매 물량 2008년 이후 첫 감소
○수도권 경매물건 감소세 전환

올 들어 수도권에서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 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경매에 부쳐진 수도권의 총 물건 수는 5만171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5만5493건)보다 6.8% 줄었다. 총 물건 수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2008년 7만7914건이던 총 물건 수는 증가세를 거듭해 작년 13만7822건까지 늘어난 바 있다.

수도권에서 새롭게 경매에 부쳐지는 신건의 감소세도 확연하다. 올 들어 5월까지의 신건 수(1만5978건)는 작년 같은 기간(1만6774건)보다 4.7% 줄었다. 신건 수 역시 지방과 달리 작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08년 2만9000여건이던 신건 수는 2009년 3만건대로 올라선 데 이어 작년 4만건을 넘어섰다.

경매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경매물건이 줄었다는 것은 이자와 원리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는 소유자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부동산가격이 반등하자 금융회사에 이자를 꼬박꼬박 내면서 부동산을 포기하지 않는 소유자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인 법무법인 세영의 김재권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부동산값이 상승하면 경매물건 수도 줄어든다”며 “작년 하반기 수도권 부동산이 반등에 성공하자 경매물건 수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선 감소세 장기화

지방도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법원에서 경매에 부쳐진 물건 수는 10만756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1만6156건)보다 7.4%(8588건) 줄었다. 같은 기간 새롭게 경매에 부쳐진 신건 수도 3만6591건에서 3만4811건으로 4.9%(1780건) 감소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경매물건 감소 추세가 올해 들어서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008년 31만5366건이던 전국 경매물건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33만7512건으로 늘었다. 이후 2010년 30만188건, 2011년 26만7484건, 2012년 26만6572건 등으로 감세 추세를 이어갔다. 작년(28만2275건)에 조금 늘기는 했지만 올 들어 다시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방 부동산시장이 2010년부터 반등한 영향이다. 이서복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높은 전셋값 탓에 매매값이 떨어지기 어려워 올해 전체적으로도 경매물건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부동산전문인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역세권 소형 아파트, 주거선호지역 아파트 등 인기 있는 물건을 구경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경매인들이 투자 대상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