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범 삼성' 지분 80%…이건희 회장 일가 46% 차지
[ 김민성 기자 ] 3일 상장이 결정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내 인사나 사업재편 때마다 주목받아왔다.

이 회사는 51년 역사를 지닌 전통 계열사일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지배구조 내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약 19%)→삼성생명(약 7.5%)→삼성전자(약 36%)→삼성카드(약 5%)→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이루고 있다.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순환출자 식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사실상 지주회사다.

특히 이건희 회장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 일가 지분이 46%로 절반에 육박한다.

2일 삼성에버랜드가 공개한 대규모 기업집단 현황 공시를 보면 에버랜드 내 이 회장 혈족 지분은 46.04%에 달한다.

병원 입원 치료 중인 이 회장 지분은 3.72%(9만3068주). '포스트 이건희'로 꼽히는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분률 25.10%(62만7390주)로 가장 많다. 이번 상장으로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최대 2조 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사진=(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사진=(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은 각각 8.37%를 보유 중이다. 혈족인 고 이병철 회장의 넷째 딸 덕희씨의 장녀 이유정 씨도 0.48%(1만2000주)를 갖고 있다.

이부진과 이서현 자매의 지분 가치도 각각 4000억 원에 달한다. 에버랜드 2대 주주는 17.00%(42만5000주)를 보유한 KCC다. 지난 2011년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 가운데 17.00%를 주당 182만 원(7739억 원)에 매입했다. 3년 전 가격으로 환산하더라도 두 자매의 현금 가능 자산은 8000억 원에 육박한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도 34%를 넘는다. 소위 우호 지분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자사 지분은 15.23%, 삼성카드 지분은 5%, 제일모직 4%, 삼성SDI 4%, 삼성전기 4%, 삼성물산 1.48%, 삼성문화재단 0.88% 등 순이다.

앞선 혈족 및 계열사 등 우호(동일인측) 지분을 합치면 '범(凡) 삼성'이 보유한 지분율은 80.62%에 달한다. 삼성에버랜드가 그룹 지배 구조 정점에 서있는만큼 외부 공격적 인수 합병 세력으로부터 보호를 탄탄히 해온 셈이다.

삼성에버랜드 사업 영역은 패션, 급식·식자재, 바이오 기술, 전자결제 서비스에서부터 전통적 리조트 사업인 용인에버랜드, 친환경 건설(조경) 등으로 다양하다.

삼성에버랜드는 급식·식자재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웰스토리와 명품 브랜드 '콜롬보 코리아'를 지분율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콜롬보 코리아는 2011년 11월 제일모직이 인수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가(COLOMBO Via Della Spiga)'의 대한민국 법인이다.

글로벌 패션브랜드 런칭을 위해 엔터테인먼트사 YG와 공동설립한 '네추럴나인' 지분 51%도 보유, 사실상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바이오사업을 하는 삼성바이로직스 역시 대주주로 지분률은 44.49%다. 인터넷 상거래결제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는 '올앳' 지분도 30% 가지고 있다.

리조트 사업으로 에버랜드 및 캐리비안 베이, 홈브리지(숙박시설),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 가평베네스트골프클럽,동래베네스트골프클럽, 안성베네스트골프클럽, 글렌로스골프클럽(퍼블릭) 등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번 상장 공식 배경으로 이들 사업 영역의 글로벌화를 내세웠다.

윤주화 사장은 "삼성에버랜드는 각 부문 사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기술, 인력, 경영인프라를 적극 확보할 예정" 이라며 "글로벌 패션·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패션부문 핵심 육성사업인 패스트패션(에잇세컨즈)의 경우 과감한 공급망 투자 등 차별화된 사업역량 확보와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추진한다. 스포츠·아웃도어 등 신규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리조트부문은 용인 에버랜드의 시설 확충과 호텔 투자 등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다. 해외 선진파크의 국내 진출에 대한 대응책이다.

건설부문은 조경, 에너지 절감, 리모델링 등 친환경 기술 사업역량을 극대화한다. 연수원, 호텔, 병원 등 특화 시장의 수주를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역량을 조기 확보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급식사업(웰스토리)은 글로벌 사업역량을 조기 확보하여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신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경영인프라 투자 등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