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지구에서 이달부터 6730가구 입주가 시작된다. 지구 주변지역까지 더하면 입주 물량이 1만가구에 이른다. 마곡지구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마곡지구에서 이달부터 6730가구 입주가 시작된다. 지구 주변지역까지 더하면 입주 물량이 1만가구에 이른다. 마곡지구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마곡지구(6730가구)와 초대형 재건축 아파트인 ‘강서힐스테이트’(2603가구)를 중심으로 서울 강서구에서만 1만여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동시에 시작되면서 주택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서울 강서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규모 입주 단지들이 일시에 세입자를 빨아들이면서 주변 아파트 전세 가격은 물론 1년8개월간 오르던 서울 평균 전셋값까지 끌어내렸다.

◆강서구 전셋값 큰 폭 하락

입주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마곡지구 14·15단지 주변에는 공사 마무리 작업을 하는 건설사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임대를 제외해도 9개 단지의 3000가구 가까운 물량이 이달과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가구가 많다.

인근 비전공인 김진덕 대표는 “전용면적 84㎡(33평)의 전세가 처음엔 3억5000만원 정도에 나왔지만 최근엔 3억1000만~3억2000만원까지 내려갔다”며 “전용 114㎡(45평)는 갈수록 전셋값이 하락해 3억3000만원 선에도 물건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마곡지구에서 약 1㎞ 떨어진 강서힐스테이트 주변도 입주를 앞두고 세입자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당초 3억8000만원 선으로 예상했던 84㎡ 전셋값은 3억5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놓고 시공사와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마곡지구 때문에 전셋값까지 예상보다 낮아져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강서힐스테이트와 인접한 신축 대단지 ‘우장산 아이파크e편한세상’(2517가구)과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 ‘우장산 힐스테이트’(2198가구) 역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

이건모 화곡역1번지공인 대표는 “비수기인 데다 마곡지구에서 싼 전세 물건이 쏟아지니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작년 말 4억원 이상으로 올랐던 우장산 아이파크e편한세상 84㎡ 전셋값이 몇 달 만에 3억5000만~3억6000만원 선까지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강서구의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서울 시내 전셋값 평균마저 끌어내렸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강서구 전체 전셋값이 한 주 만에 0.35% 하락하면서 서울 전셋값 연속 상승행진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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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세난 완화될 전망

전문가들은 강서구의 국지적인 역전세난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 전세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8월 말이면 수요 부족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단지 주변이 정리되고 업무단지가 들어서면 주거 선호도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서울의 입주 물량이 최근 2년간에 비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전셋값 오름세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입주 물량은 2012년 1만9027가구, 2013년은 2만2854가구에 그쳤지만 올해는 3만7410가구로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하반기 마포구에서 ‘아현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를 비롯해 ‘래미안밤섬리베뉴1·2차’(959가구) 등 5400여가구의 민간 재건축 물량도 입주에 들어간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마포구는 도심과 가깝기 때문에 수요가 많아 강서구와 같이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임대·공공단지 입주가 대부분을 차지한 작년까지와 달리 올해부터 민간 물량이 많아 서울 전셋값 오름세는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