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본부, 발화원인·소방안전설비 확인에 초점
소방서 "공사 때 스프링클러 물 잠가 작동 안해"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발화 원인과 관련, 가스배관 용접 당시 밸브는 잠겨 있었던 것으로 현장 감식에서 확인됐다.

그동안 발화 원인으로 가스 밸브 열림·불량, 배관 내 가스 잔류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으나 밸브에 대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또 소방당국은 지하 1층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스프링클러 밸브를 잠가 불이 난 뒤에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본부는 28일 터미널 지하 1층 작업자와 책임자 5∼6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히 지난 27일 합동 감식에서 확인된 내용을 토대로 우선 발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당시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고양종합터미널 불은 지하 1층 푸드코트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음식점에 공급될 천연액화가스(LNG) 배관을 연결하려고 용접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첫날 감식 결과 일단 "가스 밸브를 잠그고 작업했다"는 용접공의 진술은 사실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발화 원인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밸브 불량과 배관 내 가스 잔류뿐만 아니라 용접 때 불티가 가연성 자재나 인화성 물질에 튀어 불이 났을 가능성 등도 포함된다.

또 인명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된 지상과 통하는 에스컬레이터 주변 방화셔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방화셔터가 제대로 설치됐는지, 전원이 꺼져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은 추가 감식에서 밝히기로 했다.

용접과 같은 작업을 할 때 연기가 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 공사 편의 때문에 일부러 소방안전시설 전원을 껐다는 진술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열린 합동설명회에서 일산소방서는 "불이 난 뒤 지하 1층 스프링클러와 에스컬레이터 주변 방화셔터와 제연커튼 등 방화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는 자동소화설비로 불이 감지되면 바로 물이 터져 나오는데 지하 1층의 경우 공사 때문에 밸브를 잠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 감식반도 이날 화재 현장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였다.

수사본부는 안전관리책임자 현장 배치와 작업자 안전 교육 여부, 지하 1층 방화구획 변경 공사 적법성 등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화재 직후 안내 방송과 대피 유도 등 재난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는지, 터미널 건물에 산소마스크 같은 소방안전장비가 적정 수량 비치됐는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화재 직후 터미널건물과 지하로 연결된 인근 지하철 3호선 백석역에 통보되지 않아 10여 분간 전동차 상·하행 16편성이 거쳐 갔으며 역장이 연기를 맡은 후에야 소방서에 문의, 무정차 통과 등 안전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소방재난본부는 지난 27일 경기북부지역 일선소방서장 11명을 불러 회의를 열고 철저한 안전 관리를 지시했다.

한편, 고양시는 이날 화재 피해자가 있는 중·고교 대안학교에 아동청소년정신건강센터 직원 4명을 파견, 학생 심리치료를 진행했다.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화재 당일 단체로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 인근에서 기다렸으며 교사 1명과 학생 1명이 연기를 마시고 부상해 입원 치료 중이다.

(고양연합뉴스) 김도윤 권숙희 기자 kyoon@yna.co.kr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