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서 임직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전면에 나선 만큼 재계에서는 ‘안전경영’이 크게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도 안전 초비상"…총수들이 발 벗고 나섰다
허창수 GS 회장은 21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GS밸류 크리에이션 포럼’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을 돌이켜 보면 사고 전후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며 “사고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등 기본 안전 원칙을 철저히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포럼 참석 뒤 곧바로 강원 동해시에 건설 중인 GS동해전력(옛 STX전력) 화력발전소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에게 안전을 당부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2월 계열사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예고 없이 찾아 안전관리시스템을 직접 점검했다. 정 회장은 이날 안전관리 혁신안을 신속하게 실행하라고 했다.

안전 관련 투자 예산 네 배 증액과 전담 인력의 확보도 지시했다. 그는 “안전은 소중한 생명의 문제이며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의 기본으로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세미나에 참석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CEO들이 책임지고 챙기라”고 지시했다. 구 회장은 “안전과 품질에 있어 방심하거나 소홀한 점은 없는지 근본부터 제대로 점검하자”며 “무엇보다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을 찾았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사전 통보 없이 현장을 방문해 공사용 승강기를 타고 55층까지 올라가 골조공사 현장을 돌아봤다. 그는 현장 관계자들에게 “안전 시공에 역점을 두고 사고 없는 현장이 되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이재성 회장이 최원길 현대미포조선 대표와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사장단 20여명과 함께 울산 본사에서 안전경영을 위한 종합 개선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회장은 “그룹의 안전경영 현황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재해 없는 일터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석상이 아닌 사내 회의 등에서 안전경영을 강조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5일 열린 전사운영회의에서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 안전”이라며 “사고가 나면 원인을 잘 분석해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달 초 임원회의에서 “안전은 항공 운항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비상대응 체계를 국제 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최근 “안전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안전경영은 그동안 현장경영이나 내실경영만큼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최근엔 가장 중요한 경영원칙의 하나로 급부상했다”며 “원화 강세 등 대외 경영 여건 악화 속에서도 대기업이 안전 관리에 적극 투자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이상은/이미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