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고속도로 생기나…美, 고속 회선 허용 추진
돈을 추가로 낸 콘텐츠 사업자에 더 빠른 회선을 보장하는 일명 ‘인터넷 고속도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의 ‘망(網) 중립성(net-neutrality) 규칙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망중립성은 네트워크를 가진 통신사들이 트래픽 유발 등을 이유로 특정 사업자에 추가 과금하거나 서비스를 차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이번에 가결한 개정안은 망중립성 원칙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FCC, 망중립성 완화안 가결

이번 개정안은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ISP)가 ‘고속회선(fast lane)’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거래’라는 단서가 달렸지만 사실상 데이터 전송 속도를 차별하지 못하게 한 ‘오픈 인터넷’ 원칙을 깼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등의 콘텐츠 사업자가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같은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에 돈을 더 내면 보다 빠르게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개정 작업은 지난 1월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에서부터 출발했다. 법원은 망중립성에 대한 정부 규제의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인터넷 서비스를 부가서비스로 분류한 법 체계상 관련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타당하지 않다는 판결이었다. FCC는 상고하는 대신 2010년 마련한 망중립성 규칙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연말 최종 확정까지 난관도 많아

FCC는 망중립성 규칙 개정안을 4개월간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연말께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난관도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업계 등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FCC 회의에서도 3 대 2 한 표차로 가까스로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공화당 성향 위원 두 명은 반대했다.

정보기술(IT) 업계와 소비자단체들은 일제히 망중립성 원칙이 훼손됐다고 반발했다. 거대 콘텐츠 공급 업체들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빠른 회선을 사용할 수 있지만, 소규모 신생 콘텐츠 공급업체들은 빠른 회선을 이용할 수 없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 야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150여개 IT 기업은 FCC에 서한을 보내 “인터넷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라며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

망중립성과 관련, 국내서는 별다른 변화의 움직임은 없다. 미국이 연방법원 판결로 새롭게 망중립성 규제를 정비하는 것과 달리 국내서는 인터넷망의 불합리한 차단·차별을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등 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경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정보서비스로 분류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기간통신 사업으로 분류해 불합리한 차단, 차별, 트래픽 관리 등 망중립을 해칠 수 있는 행위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서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돈을 받고 데이터 트래픽을 관리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할지는 규제보다는 시장 고유의 기능에 맡겨야 할 영역”이라며 “다만 이 같은 프리미엄 서비스가 기존 인터넷 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지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