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북항을 가로지르는 부산항대교가 22일 개통한다. 부산혁신지구 세 곳을 가로지르는 이 해안도로 개통으로 부산 바닷가를 연결하는 7개 도로가 모두 완공돼 부산의 새로운 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 제공
부산북항을 가로지르는 부산항대교가 22일 개통한다. 부산혁신지구 세 곳을 가로지르는 이 해안도로 개통으로 부산 바닷가를 연결하는 7개 도로가 모두 완공돼 부산의 새로운 르네상스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산업지도가 바다를 중심으로 바뀐다. 공단 중심의 제조업에서 금융과 영화, 해양항만의 서비스산업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는 부산의 공공기관과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이다.

22일 개통하는 부산항대교는 바다와 하천을 끼고 이 혁신지구들을 지난다. 영도구 동삼동의 동삼혁신지구(해양)에서 남구 문현동의 문현혁신지구(금융)를 거쳐 해운대 우동의 센텀혁신지구(영화영상)로 이어지는 신산업벨트는 서비스산업 중심도시 부산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의 기업과 지자체는 이전 공공기관들과 함께 부산의 대약진을 꿈꾸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의 새로운 외부수혈을 한꺼번에 받기는 6·25전쟁 피난민들을 제외하고는 건국 이후 처음이다. 이전해오는 공공기관 직원 수만 32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관련 기업과 가족까지 합치면 최소한 1만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부산시도 새롭게 이전하는 전문인력과 함께 글로벌 시대를 열어가는 장을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전 공공기관들도 미리 협의체를 만들어 다양한 지방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지역봉사와 지원활동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공공기관의 이전효과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면서 “도시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업’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미래…문현·센텀·동삼 新산업벨트
부산의 공공기관 이전은 일부 기관을 제외하고는 올해 말까지 대부분 이뤄질 전망이다. 도심 내 문현혁신지구에 조성된 금융단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일찌감치 둥지를 틀었다. 63층짜리 부산국제금융센터가 6월 말 완공되면 한국거래소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이 연내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BS금융지주도 경남은행과 함께 새로운 지방금융시대를 열겠다며 사옥 신축과 함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영화의 도시 부산에 걸맞은 공공기관 세 곳도 센텀혁신지구에 지난해 10월 안착했다. 국내 최고의 영화메카로 자리를 잡은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운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이 모인 공공기관이 지역기업과 협력하고 영화도약 전략을 마련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와 영화찍는 도시, 영화마케팅도시로서의 위상도 강화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임직원 200여명은 영화의 전당 인근에 같이 거주하면서 센텀시티의 경쟁력을 높여 가는 중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200여곳도 이곳에서 제품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센템시티 일대에 공공기관이 이전해오면서 관계회사 직원들도 부산 출입이 잦아졌고,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동삼혁신지구에도 건물들이 빠른 속도로 들어서고 있다. 이전을 완료한 국립해양조사원에 이어 연말 안에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공사도 모두 끝난다. 이어서 1200여명의 직원까지 조기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동삼혁신도시의 활기는 관광과 부동산 활기로 이어지고 있다. 영도에서 출발하는 부산항대교가 개통되면서 북항재개발이 촉진되고 신항과 북항의 물류기능도 강화될 전망이다. 인프라 개발에 치중했던 부산의 항만 시스템도 과학기술과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연구개발 분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수도권의 기업이나 기관이 부산으로 이전 안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도시 1호 이전 공기업인 국립해양조사원은 인천에서 이전한 지 1년6개여월 만에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96명의 직원이 부산에 왔지만 연관 기관 12곳, 150여명이 새롭게 부산에 정착하면서 ‘해양수도 부산’의 새로운 발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금융 중심지 부산의 위상을 살려주면서 계속된 지역화 노력을 이어가며 지역 대학에 파생금융학과가 생겨나고 전문가가 양성되면서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진중공업과 벡스코 등 부산의 선도기업들도 새로운 일감을 찾아 제2의 도약을 일구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아직 부지가 팔리지 않아 해양과학기술원은 땅만 정해 놓은 채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영화영상 공공기관은 지역 기관들과의 협력체제 구축에 애로를 겪고 있다.

국제감각을 갖춘 전문 금융인력 확보와 교육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김영재 부산대 교수(경제학과)는 “이전기업이 지역의 특화산업과 바로 매치되고 있는만큼 이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