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GDP 아닌 GO 개념을 주목해야
실업, 인플레이션, 국민소득 등 통계지표를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게 정부다. 통계(statistics)와 국가(state)의 어원이 같은 것도 그런 연유다.

1930년대 대공황 때 생겨난 이래 한 나라의 국력·명성을 평가하고 정권도 교체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그래서 경제지표의 ‘왕’이라고까지 부르는 게 있다. 소비자, 기업, 정부의 최종재 가치만을 계산해 한 나라의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국내총생산(GDP)이다.

그런 지표는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이해하는 데 장해물이라는 이유로 그에 도전하는 새로운 집계 개념이 등장했다. 최종 재화뿐 아니라 중간재도 집계하는 ‘총산출(GO·Gross Output)’이다. 이는 원래 미국의 경제학자 마크 스쿠젠이 개발한 ‘국내총지출(GDE)’에서 비롯됐다.

총산출 지표가 관심을 끄는 이유가 있다. 미국 상무부 경제조사국이 그 방식을 지난해부터 준비해오다 드디어 지난 4월부터 공식적으로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지표가 주목할 만한 이론적, 정책적 가치가 있는지의 문제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우선 국내총생산 개념을 보면 그 초점은 최종재화인 빵의 가치다. 빵을 만들기 위한 중간재로서 밀가루, 밀 등은 무시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소비지출 비중이 미국은 70%, 독일은 58%, 한국은 53%로 그 비중이 대단히 크다. 경제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비중이 소비라는 뜻이다.

과연 현실이 그런가. 결코 아니다. 그 개념은 최종재화의 판매만을 계산하도록 고안됐기에 소비의 비중이 크게 보일 뿐이다. 그러나 원료, 반제품, 자본재에 대한 지출이 소비재 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게 자본주의의 생산현실이고 이를 반영하는 게 총산출 방식이다.

국내총생산 방식은 이중계산을 피하려고 자본재 생산의 역동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중간단계의 경제활동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생산활동을 중시하는 게 총산출 개념이다. 경제 전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중계산도 필요하다. 총산출 개념에 따르면 소비비중은 30% 이내로 떨어진다.

국내총생산 개념은 소비지출을 강조한 나머지 소비가 경제성장의 추진력이라는 케인스주의의 믿음을 불렀다. 그러나 소비는 경제성장의 효과일 뿐 그 원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그런 생각이 틀린 것은 물론이다.

오늘날 사고파는 상품들은 셀 수 없이 많은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소비 때문이 아니다. 성장의 원천은 자본축적, 생산성 향상, 기업가정신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그런 성장론의 인식에서 도출된 게 총산출 개념이다.

그런 개념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나라에 관계없이 이용되는 경기선행지수는 소비활동보다 신규자본재 구입, 건설수주 등 생산·투자활동과 관련돼 있다. 한국 통계청이 이용하는 선행지수도 건축허가면적, 기계수주액 등 기업의 생산활동과 직결돼 있다.

국민총생산 개념은 불경기는 소비 부족 탓이라는 잘못된 케인스주의 통념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총산출 개념은 경기변동이 자본구조의 왜곡에서 비롯된다는 하이에크의 경기변동이론을 전제하고 있고 그래서 총산출은 경기 상승·하강에 대단히 민감하다. 금융위기가 발발했던 2008~2009년 미국의 국내총생산은 2% 하락한 반면 총산출은 8% 감소했다는 통계는 그래서 우연이 결코 아니다.

요컨대 총산출 지표는 현실적합한 자본론, 경기변동론, 성장론을 깔고 있기에 주목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특히 성장, 고용을 위해서는 소비를 촉진하고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케인스주의의 국내총생산 개념과는 달리 오스트리아학파의 총산출 개념은 규제개혁, 조세삭감을 중시한다.

따라서 자유와 번영을 위한 공공정책적 이유에서도 국내총생산 개념을 버리고 총산출 개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였던 국내총생산 개념도 이제 수명이 다한 듯하다.

민경국 < 강원대 경제학 교수 kwumin@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