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건설시행사 이모 대표는 2006년 한 국책은행에서 1800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빌렸다. 여의도 메리어트파크센터 신축 공사를 위해서였다. 이 은행이 900억원을 대출하고, 다른 금융회사 5곳을 모집해 900억원을 더 빌려주는 신디케이트론 형식이었다.

이 대표는 2010년 대출 원리금을 모두 갚았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각종 수수료 면제 또는 인하 방침을 밝힘에 따라 자신이 낸 수수료가 터무니없이 많다고 생각해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다. 금감원은 관련 사안을 조사 중이다.

○연 11% 대출, 알고 보니 22%

금리 年11% PF대출…받고보니 年22%
이 대표는 우선 이 국책은행이 빌려준 900억원에 대해 연 11.1%의 이자를 냈다. 그리고 이 은행이 신디케이트론에 90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는 명목으로 매긴 참여수수료 1%(9억원)를 더 냈다.

이 국책은행은 또 이 대출에 참여한 다른 금융회사에 이자 지급 날짜 등을 통보한다는 명목으로 전체 대출금 1800억원에 대한 대리수수료(0.3%)도 부과했다.

게다가 신디케이트론 주선 수수료 명목으로 1800억원의 1%를 떼갔다. 여기에다 4차례에 걸쳐 만기연장수수료(2.5%)와 중도상환수수료(1%)도 물었다. 이 대표가 금감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금리와 수수료를 모두 합해 낸 돈이 연 22.66%에 달했다.

○수수료 중복·과다 논란

은행은 프로젝트금융 시 통상 대출금리 외에 업무 수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수수료로 받는다. 이 대표의 수수료 부담도 이 은행과 정상적으로 맺은 계약서에 따라 이뤄졌다. 은행 측에서 몰래 얹은 수수료는 없다. 이 국책은행 관계자는 “당시 은행들의 관행에 따라 이 대표와 합의하에 이뤄진 대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이 떼 가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만기연장수수료의 경우 일반 대출에는 없는 수수료 항목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저축은행들에 만기연장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수수료가 중복 부과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총대출금 1800억원을 대상으로 떼간 대리수수료와 주선수수료 산정 기준에서 기업은행의 대출금 900억원은 제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다양한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전 은행권이 공통적이다. 수수료율도 비슷하다.

○은행 “원가 이하 수수료 많아”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주장에는 정부도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대한주택보증이 보증한 주택 PF대출에는 수수료를 면제하는 ‘표준 PF대출’을 내달 말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대출 취급·자문·주간·관리수수료 등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표준 PF대출’ 참여를 꺼리고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수료 책정과정이 불투명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만큼 주택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금융 전반의 수수료 체계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저금리로 이자수익이 줄면서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 늘리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져 원가 이하의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