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주택 건설업체들은 분양사업을 피해야 할 최우선 지역으로 대구를 꼽았다. 대우건설 두산건설 등 대구에 아파트를 지은 주요 건설사 대부분이 대규모 미분양에 시달렸다. ‘분양시장의 무덤’이란 얘기는 그때 나왔다.

그랬던 대구 부동산시장이 달라졌다. 기존 주택가격이 올라가면서 신규 분양 청약률을 밀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때 대규모 미분양을 겪은 뒤 신규 주택공급이 급감했고 최근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지역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 게 주택시장 호황의 배경으로 꼽는다. 실제 2009년 1월 2만1560가구에 달했던 대구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2월 말 615가구로 줄었다.

○3년새 아파트 가격 20% 상승

대구 '新산업벨트 효과'…84㎡ 아파트 3년새 최고 1억 올라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기준 대구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691만원으로 2011년 575만원에 비해 20%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값은 3.3㎡당 1212만원에서 1144만원으로 하락했고 전국 평균 가격도 923만원에서 895만원으로 뒷걸음질쳤다.

새 아파트가 몰린 인기 주거지역에선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84㎡의 경우 최대 1억원까지 뛰었다. 대구 진천동 ‘월배 포스코더샵’ 84㎡는 2011년 초 2억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3억2000만원에 팔리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올 시즌 청약을 받은 ‘침산 화성파크드림’(대구 침산동), ‘율하역 엘크루’(대구 용계동), ‘e편한세상 황성’(경주시 황성동), ‘경산 신대부적 우미린’(경산시 압량면) 등이 1순위에서 높은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늘어난 기업도 부동산 호황 배경

최근 산업단지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10년 이상 침체됐던 대구 경제도 부분적으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혁신도시 건설로 인구유입, 대구지하철 2호선 연장개통, 1호선 연장계획 발표, 동대구역세권 개발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얘기다.

2006년 2146만㎡이던 산업단지 면적은 현재 4512만㎡로 8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구테크노폴리스, 이시아폴리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산업단지 8곳이 새로 조성됐다. 같은 기간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5396곳에서 9314곳으로 72% 증가했고 근로자 수도 9만9000명에서 12만1000명으로 22%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대구의 고용률도 57.5%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단기 시장 과열 우려도

최근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곳곳에서 등장하는 점 등을 비춰볼 때 대구 분양시장에 과열 조짐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지역 전문가는 “100 대 1이 넘어가는 경쟁률은 지역 내 1순위 통장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등 전국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최근 ‘떴다방’ 일제 단속에 나서 400여명의 중개업자가 조사를 받았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지역 전문위원은 “세천지구와 테크노폴리스 등 달서구와 달성군 일대에만 1만가구가 넘는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이현일/김덕용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