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많이 팔려도 브랜드는 외국회사…코웨이 중국 사업의 딜레마
생활가전 기업 코웨이가 중국시장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공기청정기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브랜드는 ‘코웨이’가 아닌, 외국계 A사 것을 달고 나가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코웨이가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509억원으로, 해외 전체 매출(1446억원)의 35%에 달한다. 대부분은 공기청정기 부문에서 나왔다. 중국에서 미세먼지와 황사 등으로 대기오염이 날로 심각해지자 공기청정기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규모는 지난해 7억3400만달러(약 7700억원)로 한국(2800억원)의 3배에 가까운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코웨이는 당초 중국에 진출하면서 한국처럼 렌털 위주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패했다. 렌털을 하려면 방문판매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처럼 방대한 조직을 갖추기가 어려워서다. 코웨이는 2010년 방문판매 방식을 접었다. 대신 글로벌 기업인 A사와 손잡았다. 공기청정기는 코웨이가 만들지만 브랜드는 인지도가 더 높은 A사로 붙여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소매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

결과는 성공이었다. 코웨이에서 납품받은 A사는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코웨이의 중국 공기청정기 판매대수 증가율은 138%에 달했다.

하지만 코웨이 측 표정은 밝지 않다. 하도급 형태로 납품하다 보니 이익률이 높지 않다. 국내 방문판매 영업이익률은 20% 안팎이지만 A사에 납품하는 물량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공기청정기의 선전이 코웨이가 중국에서 팔고 있는 정수기 주서 등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웨이는 고민에 빠졌다. A사에 계속 공급을 늘려도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또 A사에 대한 공급이 줄면 중국내 매출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