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과세 방침에 서울 등 매수세 실종
전문가들 "4, 5월 통계상 '거래절벽'…6월까지 관망세"


정부가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을 밝힌 이후 부동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가 점점 싸늘하게 식고 있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월 하순까지 꾸준히 이어지던 주택 거래가 정부의 전·월세 선진화 방안 발표 직후 급격히 줄기 시작해 3월 들어서는 상당수 지역에서 거래가 실종됐다.

서울 아파트의 오름세를 이끌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단기간 급등한 가격 부담으로 제동이 걸린 차에 임대소득 과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정부 방침이 더해지며 재건축 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의 매수세까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일번지공인 김찬경 대표는 "1, 2월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과 겨울방학 이사철이 끝나 부동산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드는 시점이긴 하지만 분위기가 예상외로 너무 싸늘하다"며 "주택은 문의 자체가 아예 없고 그나마 상가 거래만 간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를 주로 취급하는 현대부동산 관계자 역시 "이 지역은 통상 봄 이사철인 3월까지는 바쁜 편인데 요즘은 거래가 아예 끊겼고, 전화 문의도 없다"며 "단지 내 부동산이 15개가량 있는데 이구동성으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실수요자 위주로 매주 1∼2건씩은 거래가 됐는데 지금은 매매 물건은 말할 것도 없고 내놓기 무섭게 빠지던 전세 물건도 남아도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성동구 월드공인 문재충 대표도 "정부의 전월세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매기가 아예 끊겼다.

정부 발표 이전에는 매일 꾸준히 매수 수요자들이 집을 보러 왔는데 최근 1주일 새 집보러 온 사람은 딱 한 명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걸려오는 전화도 집을 팔아야 하느냐고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문 대표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임대사업을 할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가 꽤 있었는데 정부 대책으로 인해 분위기가 식었다"며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작년 여름 못지않은 '거래 절벽'이 곧 나타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서울의 3월 아파트 거래량은 4천11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 산출이 시작된 2006년 이래 2월 거래량으로 최고를 기록한 지난달(7천124건) 거래량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보름치 실적 치고는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통계가 계약일부터 60일 이내인 '부동산거래 신고일'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것을 고려할 때 3월 거래량의 상당수는 1월이나 2월에 실제 거래가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통계는 계약일이 아닌 신고일 기준이라 실제 시장 분위기를 뒤늦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부동산 현장에서는 최근 거래가 급격히 위축된 게 사실이어서 통계상으로는 4, 5월에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6월까지는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위원은 "전세난에 떠밀려 일부 집을 사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구매심리가 위축돼 당분간 거래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주택가격은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하다 관망세가 길어질 경우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